2007 결산 - 올해의 노래
음악 | 2008/01/01 21:33

Umbrella
(뮤직 비디오 감상하기 ) 이 노래는 특별한 장르적 개성 없는, 그냥 팝이다. 가사 또한 "비가 오면 내 우산 속에 들어와 피해도 돼요, 그러니까 이 비가 내리게 놔둬요" 하는 식의 뻔한 은유로 가득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곡은 올해 최고의 노래 중 하나다. 대체 무엇이 이 노래를 이토록 특별하게 만드는가?
중독적이고 꽉 찬 사운드, 리한나(리안나, 리아나, 리애나......)의 매혹적인 목소리 등 이 노래가 가진 미덕은 수없이 많다. 그러나 그런 요소들이 이 노래를 어떤 재즈 음악가의 회심의 역작이나 어떤 거장의 신작과 같은 반열에 올려주진 못한다. 이 노래의 진짜 가치는, 그런 거장의 작품들에 비해 결코 뒤지지 않는 감동을 누구에게나 아주 쉽게 느낄 수 있게 해 준다는 데 있다.
예를 들어, 뷰욕(Bjork)의 음악은 분명 대단하지만 마니아가 아니고서는 대부분 기괴함만을 느끼기 일쑤다. 뷰욕 자신의 장르적 개성이 너무 강하게 표현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Umbrella>는 다르다. 이 노래의 매력은 뷰욕의 노래에 결코 뒤지지 않으면서도 아주 '보편적(Popular)'이다. 이것이야말로 팝만의 힘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노래를 듣고 강렬한 매혹을 느낄 것이다. 클럽이나 가 볼까, 하는 생각을 할 수도 있고, 무대 위에서 춤을 추는 자신을 상상할 수도 있고, 콘서트장에서 느끼던 희열을 느낄 수도 있다. 이 정도로 잘 만들어진 팝이라면 분명 최고의 명곡 반열에 오를 자격이 있다.

The Pretender
(뮤직 비디오 감상하기 ) 푸 파이터스는 원래 '무거움'과 '가벼움'의 중용을 아주 잘 지키던 밴드였다. <Monkey Wrench> 같은 노래가 그 대표적인 노래로, 적잖이 유쾌하면서도 강한 힘이 동시에 느껴진다. 헌데 이런 밴드의 성향은 전작 <In Your Honor>에서 상당히 변했다. '무거움' 쪽으로 중심이 크게 이동한 것이다. 그 탓에 <In Your Honor>는 아무래도 손이 덜 가는 앨범 중 하나였는데, 최근작 <Echoes, Silence, Patience & Grace> 역시 그러한 성향이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첫 트랙 <The Pretender>만은 수십 번을 반복해 들어도 퇴색하지 않는 매력을 가지고 있다. 시간이 지나고 사람들의 생각이 변해도 록의 가장 핵심적인 정신은 여전히 '저항', 즉 주류와 기성세대, 고정관념에 대항하는 정신이다. <The Pretender>는 그 저항 정신을 직설적으로 표현하는 가사의 맛부터 시작해서 절정을 향해 휘몰아치는 기타 사운드, 강렬한 힘이 느껴지는 보컬 등 노래 전체의 극적인 구성이 정말 '장난이 아니다'. 그렇다. "네놈은 위선자"라고 선언하고 내가 네놈이 만든 연극의 마리오네트 놀음을 하지 않겠다면 어쩔거냐"고 거칠게 되묻는 이 노래로부터는 얼터너티브 뿐만 아니라 록이라는 거대한 범주에 있어서도 과연 거장의 교과서라 할 만 하다.

거짓말
(뮤직 비디오 감상하기 ) 아이돌(Idol)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노래 실력? 춤 실력? 물론 이것들이 전혀 중요하지 않다는 것은 아니지만, 사실 이런 것들은 아이돌에게 전혀 없어도 상관이 없다. 그렇다면 외모? 그것도 중요하지만, 사실 핵심적인 가치는 아니다. 아이돌에게 있어 진짜 중요한 것은 바로 '트렌드를 주도하는 능력'이다. S.E.S.가 더 많은 앨범을 팔고 더 많은 팬을 몰고 다녔음에도 결국 여성 아이돌의 상징으로 남은 것이 핑클이었고, 이후 이효리가 신드롬으로 일컬어질 만큼의 인기를 몰고 다닌 것도 모두 그들이 트렌드를 만들고 주도할 줄 알았기 때문이다.
H.O.T.와 젝스키스, S.E.S.와 핑클은 아이돌로서 절정의 인기를 누리며 새로운 '틀'을 짜는 데 성공했지만, 그 이후 나온 아이돌 가수들은 단순히 이 네 팀의 이미지를 닳고 닳도록 재생산했을 뿐이다. 그들은 고작 외모와 패션 등에서 트렌드를 만들고 선도했을 뿐이었다. 그러나 빅뱅이 등장하며 완전히 새로운 틀이 짜여졌다. 권지용(G-Dragon) 때문이다. 그는 패션이나 외모에서 트렌드를 선도하는 것은 물론, 노래 그 자체로도 10대의 트렌드를 선도하기 시작했다. 그는 지금 당장 작곡가로 나서도 상당한 명예와 부를 손에 쥘 수 있을 정도로 한국 팝의 흐름을 선도하고 있다. 바로 이 노래, '거짓말'이 그것을 증명한다. 이 감각, 젊은이들을 환호케 하는 이 노래의 감각은 진정 아이돌만의 힘이다.

놀이터
(노래 듣기 ) 노랫말은 운율을 타고 노는 가장 충실한 시이기도 하다. 그러나 요즘 노래의 가사는 그런 대우를 제대로 받고 있지 못한 것 같다. 많은 가수들, 특히 인디 음악가들은 스스로 가사를 쓰며 시어를 제대로 정제하지 않는 경우가 태반인데, 그런 노래는 멜로디나 사운드가 아무리 좋아도 미간이 찌푸려지곤 한다. 물론 달빛요정역전만루홈런의 <절룩거리네>처럼 그런 정제되지 않은 노랫말이 오히려 더 강하게 와닿는 경우도 있지만 정말 드문 경우다. 그런 점에서 말로는 놀랍다. 그녀는 가락을 직접 만드는 소위 '싱어송라이터'임에도 불구, 가사는 스스로 쓰지 않고 기획/제작자를 맡고 있는 이주엽씨에게 맡긴다. 그 덕분인지 말로의 가사는 서정시로는 약간 부족할지언정 노랫말으로서는 아주 품격이 높게 느껴진다.
여기까지는 4집 앨범 <지금, 너에게로>에 대한 소개. 사실 앨범을 여는 첫 곡인 <놀이터>에는 말로가 자랑하는 그 서정적인 가사가 없다. 곡 전체가 스캣(재즈에서 '뚭 뚜다' 따위의 의미없는 음절을 즉흥적으로 노래하는 기법)으로 채워져 있기 때문. 그러나 그 덕분에 이 노래는 '한국의 엘라 피츠제럴드'라 불리는 말로의 매력이 가장 강렬하게 풍긴다. 멜로디 역시 극적이고 매력적이며, 악기 없이 아카펠라로만 구성된 구성이 사람을 놀래키기도 한다. 말로가 어떤 가수인지 알고 싶다면 바로 이 노래를 들어 보시라. 재즈에 관심이 없던 사람일지라도 아마 압도당하고 말 것이다.

초콜렛
(뮤직 비디오 감상하기 ) 이전 이 블로그를 통해 "만일 내게 '한국대중음악상' 심사위원 자격이 있다면, 더 말할 것도 없이 이 노래에 올해 대상을 안겨줄 것"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뭐 같이 올라온 노래가 많긴 하지만, 어쨌든 이 블로그에서나마 그 선언을 지킬 수 있게 되었다. 이 노래는 올해 한국 대중음악계에서 발표된 노래 중 '거짓말'과 함께 가장 돋보이는 노래였다. 특출난 사운드나 멜로디, 모험성이 돋보이는 건 아니었지만, 이만큼 대중적인 질감과 충실한 완성도를 동시에 확보한 노래가 또 얼마나 있었을까. 전자음의 반복 속에 숨어있는 중독적인 멜로디는 비교적 변화의 요소가 적고 심심한 느낌의 리듬을 거의 완벽하게 보완한다. 노래 위에 얹힌 이현지의 발랄한 목소리도 잘 어울린다.
팝은 좋은 음악이다. 정말 좋은 음악이다. 이 음악은 사람으로 하여금 감동받고 춤을 추게 한다. 많은 사람들은 기타를 치고 드럼을 치는 어떤 장르가 팝보다 우월하다는 착각을 하지만, 알고 보면, 그 기타리스트의 손동작도 음악에 대한 일종의 춤은 아니었을까? 우리는 먼 옛날부터, 그저 춤을 추고 있는 것은 아닐까? 사실 암만 머리를 굴려 봐도 기타 나부랭이가 춤보다 더 오랜 전통을 가지고 있으리라는 생각이 들질 않는다. 수 천 년 전부터, 음악이 세상에 존재한 이래, 혹 음악이 존재하기 이전부터도 사람은 춤을 춰 왔다. 그렇다면 그 위대한 록커들의 기타 소리도, 결국 비보이와 비걸들의 춤과 그 원류(原流)는 완전히 똑같은 것이 아닐까. 신이 창조한 위대한 음악의 선율과 사람의 몸을 결합시키기 위한 신내림의 의식과 같은. 그렇다면 팝이야말로 그 본질에 가장 가까운 음악일지도 모른다.

다행이다
(뮤직 비디오 감상하기 ) 이적은 좋은 목소리와 좋은 감각을 가진 가수다. 그러나 그 힘에 걸맞는 노래를 만들어 왔는가 하면, 거기에는 섣불리 대답하지 못하겠다. 재기가 넘치던 패닉 2집 <밑> 이후 그를 넘어서는 앨범을 만들어내지 못했다는 평가는 그렇다치고, 설상가상으로 그를 일약 스타로 만들어준 <달팽이> 이후 그 이상의 발라드 음악도 만들어내지 못했다는 평가마저 많았다. <다행이다>는 아마 그 굴레로부터 그를 해방시킬 노래가 될 것 같다. 설령 인기는 그만 못했을지언정, 감히 생각컨데 <다행이다>는 확실히 <달팽이>를 압도하는 음악이다.
역시 무엇보다도 담백한 반주와 깔끔한 멜로디, 창법이 압권이다. 소를 수 천 마리는 몰아갈 수 있을 법한 과장된 R&B 창법과 귀를 괴롭힐 정도로 과잉된 반주로 무장한 노래방용 발라드로 가득한 한국 대중음악계에 이 정도로 담백한 노래가 나와 주었다는 것은 축복과도 같다. 거기에 아주 솔직하고도 직설적인 방법으로 청자의 가슴을 후벼파는 가사도 압권이다. "그대를 만나고 / 그대와 나눠 먹을 밥을 지을 수 있어서 / (중략) / 다행이다"...... 혹여 연인과 헤어질까 불안해본 적 있는 사람이라면 이 노래의 가사에 빠져들지 않을 수 없다. 그 뿐인가, 온주완과 정애연이 연기한 뮤직비디오 역시 아날로그적인 느낌으로 채워져 노래의 매력을 2배 3배로 키워준다.

1234
(뮤직 비디오 감상하기 ) 애플 제품에 관심히 지대한 '오덕후'의 한 사람으로서 올해의 많은 애플 이벤트에서 건진 최고의 '물건'은 무엇이었을까? 여러 번을 생각해보아도 역시 이게 최고다. 애플의 아이팟 나노 3세대 광고 에 사용되었던 노래, 파이스트의 <1234>다.
캐나다 출신의 여성 싱어송라이터 파이스트는 올해 미국 등 전세계를 대상으로는 처음 앨범을 발표했는데, 데뷔가 충격적이라거나 한 건 아니었다. 아이팟 나노 광고 방영 후 미국에서도 "저 가수는 누구냐"는 반응이 많았다니까 말이다. 그러나 등장이 조용했으되 그녀의 매력마저 별 거 아니었던 건 아니다. 그녀의 목소리가 가진 힘은 분명 올해 최대의 충격이었다. 약간 잠긴 듯, 또 약간 거친 듯 나오는 그녀의 목소리는 조용하고 건조하지만 내부에서 폭발하는 듯한 힘이 있다.

Crazy
(뮤직 비디오 감상하기 ) 솔(Soul)에 대한 선입견 때문에 이 노래를 작년에 들어보지조차 않았다는 건 정말 큰 실책. 복고적 느낌의 팝이 소울풀한 목소리를 만났을 때, 비로소 21세기 들어 최고의 팝이 탄생했다. 데인저 마우스가 만든 예술적인 그루브가 일품이다.
날스 바클리는 고릴라즈(Gorillaz)의 프로듀서로 유명한 데인저 마우스(Danger Mouse)와 극적인 보컬로 유명한 씨로(Cee-Lo)가 뭉쳐 만든 가상의 캐릭터.
앨범을 여는 첫 곡인 <Go-Go Gadget Gospel> 도 놓칠 수 없는 매력적인 곡이며, 그래미에서 선보인 <Crazy> 라이브 도 추천할 만한 감동적인 무대다.
앨범을 여는 첫 곡인 <Go-Go Gadget Gospel> 도 놓칠 수 없는 매력적인 곡이며, 그래미에서 선보인 <Crazy> 라이브 도 추천할 만한 감동적인 무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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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 유신론 포스팅
현실창조공간 에서 트랙백 | 2010/01/29 15:00 | 지우기 |
된장남 한의사, 혹은 강남좌파 예인씨는 본인이 몇 안 되게 좋아하는 대중문화를 다루는 블로거(?)인데 이 양반이 추천하는 음악은 이상하게 귀에 잘 달라 붙는다. 특히 Foo Fighters의 The pretender. 음악도 죽이지만 특히 후렴구인 What if I say I'm not like the others, What if I say I'm not just another one of your plays. You're the pretender...

리아나의 곡은 올해의싱글하면 대부분 올라오네요 ^^ 빅뱅이 올라왔지만 텔미가 빠진게 의외라고나 할까요? 날즈바클리는 나온지가 꾀 지났는데 .. 다시들어도 좋군요! ㅎㅎ
텔미는 "2007 결산 - 이 노래 한 번 들어보세요"에 올라와 있습니다. 역시 완소 텔밉니다. ㅎㅎ
이적은 올해 최고의 곡을 쓴것 같아요.
뭐 두말 할 나위가 없죠.
나윤선 노래 어제 들었습니다.
이승열 친구도 들었습니다.
좋더군요.
ㄳㄳ
나윤선 노래 어제 들었습니다.
이승열 친구도 들었습니다.
좋더군요.
ㄳ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