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레일의 경영혁신, 그 두 얼굴
무거운 이야기/경제 | 2008/11/20 17:51
한국코레일의 노사갈등이 가까스로 '일단 봉합'되면서 파업이라는 최악의 수는 결국 나오지 않았습니다. 노사는 합의문에서 '경영혁신에 대한 인식을 같이한다'고 말하고 있는데, 이 경영혁신이란 것의 주요 골자가 사실 일부 부문 민간화, 아웃소싱, 그리고 그를 통한 구조조정입니다. (관련기사 디벼보기 ) 좋은 말을 다 걷어내고 생각하자면 이 경영혁신이란 노동자를 해고하여 돈을 아낀다는 뜻이지요.
9월 11일경 경영품질리더스클럽에서 코레일의 경영혁신에 대해 높이 평가하고 그 사례를 벤치마킹하는 모임을 가졌다고 합니다. 여러 가지 일들이 주제로 올랐으나,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코레일이 추진했다는 식스시그마 운동입니다. (막상 철도 운영에 식스시그마 개념을 어떻게 적용했는지 알 수가 없습니다마는......) 이것은 재화나 서비스의 불량률을 최소화(6시그마는 0.000000034%)함으로써 '품질 경영'을 도모한다는 것입니다.
'경영혁신'이란 용어의 역사적 맥락을 살펴보면, 이는 '기술혁신'에 대응되는 개념으로 처음 나왔다고 합니다. 기술이 발전하면 자연스럽게 기업의 생산력도 높아지고, 그 규모도 커지게 되지요. 그런데 정작 이 기업을 경영하는 사람이 그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면 암만 기술이 발전해봐야 기업은 도태되게 됩니다. 공장은 기계화되고 첨단화되는데 경영자가 중세식 도제 제도로 기업을 경영하면 그 기업은 폭삭 주저앉겠지요.
기술이 발전하고, 주위 환경이 변하다 보면 회사에도 필요 없는 인력이 생깁니다. 오늘날처럼 교통카드가 일반화된 사회에서라면, 전철표를 끊어주는 역무원은 아무래도 줄이지 않으면 안 되겠지요. 필요 없는 인원과 경비를 줄이고 재배치함으로써 비용 절감을 도모하는 방식, 즉 소위 비지니스 다운사이징(Business Downsizing)은 틀림없이 경영 혁신의 방법 중 하나입니다. 민간화, 아웃소싱, 구조조정은 분명 노동자 입장에서는 참 나쁜 일입니다만, 충분히 합리적으로만 이루어진다면 어쩔 수 없이 필요한 일종의 필요악 같은 것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러나 경영혁신의 방법에는 이런 다운사이징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품질과 서비스의 불량률을 최소화하는 6시그마 운동은 경영혁신의 가장 대표적인 방법 중 하나이며, 이외에도 낡은 기업의 구조를 새롭게 바꾸는 방법, 다른 잘 나가는 회사를 벤치마킹하거나 회사의 미래 비전을 세우고 그 비전을 실현하기 위한 시나리오를 만드는 방법, 직원의 창의력을 높이기 위해 자유로운 발언을 보장하는 방법 등, 경영혁신에는 구조조정 외의 방법이 무수히 많습니다. 진정한 의미의 경영혁신이란 아웃소싱이나 구조조정처럼 당장 눈에 보이는 쉬운 방법(그러나 해묵은 문제는 그대로 끌어안고 가는 방법)이 아니라, 진정으로 기업의 체질을 개선하는 이런 여러 노력들을 말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코레일과 비슷한 일을 하고 있는 서울메트로는 얼마 전 지하철 송풍구에서 풍력 발전을 하겠다는 비전을 발표했다가 한국과학기술인연합 등 소장파 과학인들에게 뭇매를 맞은 적이 있지요. (관련기사 ) 이 계획이 그대로 실행된다면 대체 얼마나 많은 돈이 낭비될까요? 이런 눈먼 돈이 나갈 구멍을 막는 것도, 사실 아웃소싱이나 구조조정같은 방법을 생각하기에 앞서 경영자가 반드시 생각해야 할 과업이겠지요. 그리고 이것이 유능한 경영자와 무능한 경영자를 가르는 잣대가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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