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석수 80 vs 200
무거운 이야기/정치 | 2008/12/10 17:49
한나라당이 부자감세, 신자유주의, 언론 재갈 물리기 등 여러 악법을 처리하려고 하는 모양입니다. 그런데 민주당은 예산안 합의 시한 때문에 그런 법안에 어느 정도 합의를 해 줄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 같네요. 한겨레나 경향 등은 민주당에게 "의석수 핑계대지 말고 한나라당의 법안을 막으라"고 고함을 칩니다. (관련기사) 그런데 저는 궁금해요. 묻지 않을 수가 없어요.. 입법부의 '의석수'가 고작 핑계거리란 말인지 말입니다. 민주당은 고작 80석인데 반해 그 법안에 암묵적으로 동의할 법한 범한나라계열은 200석, 이게 고작 핑계거리로 전락할 만큼의 차이인가요.
'의석수'는 민의의 가장 직접적인 반영이라고 생각합니다. 혹여 선거 당시와 지금의 민심이 전혀 동떨어져 있다면야 좀 다르게 생각해야 할 수도 있지요. 하지만 민주당의 지지율이 정체중인 것과 별개로, 한나라당의 지지율은 여전히 고공 비행중입니다. 한겨레나 경향의 꿈과는 달리, 여전히 사람들은 한나라당을 원해요. 이게 중요한 거죠. 국회의원의 권력은 국민에서 나옵니다. 민주당은 국민들로부터 한나라당이 내놓은 법안을 그렇게 '어떤 수단을 동원해서든 막을' 권한을 부여받질 못했어요.
게다가 정치적 지형에 있어서도 그렇습니다. 민주당이 한나라당이 내놓은 법안을 '결사 저지'한다고 하면, 누가 좋아할까요? 아무래도 자칭 '진보세력', 그러니까 사민주의/사회주의쪽 사람들일 거에요. 그런데 이 사람들은 민주당이 자기가 원하는 대로 잘 해 주면 그만큼 민주당을 지지해 줍니까? 절대 안 해 줍니다. 민주노동당/진보신당에 대한 이들의 지지는 수구세력의 한나라당에 대한 지지만큼이나 견고해졌어요. (뭐 그 성격이야 전혀 다르지만요.) 노무현을 신자유주의자로 규정한 이후 이 사람들에게 민주당은 그냥 한나라당 2중대일 뿐이죠. 한편 이런 '결사 저지'에는 결정적인 위험성이 있습니다. 작금의 경제 위기 상황에서 예산안 편성이 진짜로 지연되기라도 하면 정부 사업에 상당히 차질이 생긴다는 논리에요. '발목잡기론'이죠. 이 논리는 민주당의 텃밭에 무지 잘 먹혀듭니다. 민주당의 텃밭은 보통 민주화와 자본주의를 동시에 긍정하는 정통 우파에 가깝거든요. (민주당이 정통 우파란 건 아니고.)
그러니까 민주노동당이 법안을 '결사 반대'한다고 해서 딱히 칭찬할 일도 아니고, 민주당이 여기에 '적당히 타협' 한다고 해서 딱히 욕할 일도 못 된다는 거에요. 두 정당은 지지 세력이 달라요. 그들을 지지하는 정치적 세력의 이해에 따라 각 정당의 입장을 결정한 것 뿐이니까요. 민주당이 민주노동당이랑 같이 여차여차 하고 법안을 막으면, 좌파 세력이 칭찬은 해 주겠죠. 하지만 어차피 표는 민주노동당이나 진보신당을 찍겠죠. 어차피 민주당이 가져가야 할 지분은 이 좌파 쪽의 지지가 아니라, '경제가 어려우니까'라는 이유로 민주당에 대한 지지를 철회하고 한나라당으로 옮겨탔던 자칭 '중도', 소위 '정치 무관심층'의 지지라는 거죠. 그러니까 한나라당의 법안이 거지같은 것과는 별개로, 민주당은 현재 의석수와 자신이 가진 정치적 입지를 생각해볼 때 적당히 타협하는 게 가장 최선의 선택이었다는 거죠.
그럼 또 어떤 분은 이렇게 얘기하겠죠. 그런 정치적 논리로 혐의를 피해가려 하지 마라, 정의를 추구해야 하지 않는가, 하는 얘기요. 그런 분들께는 되묻고 싶어요. 정의가 뭐죠? 그 또한 사회적 합의의 문제가 아닐까요? 오히려 자신이 추구하는 정의를 위해서라면 합의되지 않은 폭력적 방법을 동원해도 무방하다는 사고야말로 민주주의에 대치되는 것이 아닐까요?
1줄 사족 : ... 이라고 써 놨지만 '꼬마민주당'의 재래를 기원했던 한 사람으로서 갑갑하긴 하다능
1줄 요약 : 현실이 갑갑할지언정 우리가 지켜야 하는 것은 개개인의 정의가 아니라 시스템이 아닐까 한다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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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과 한겨레에서도 볼 수 없으면서도, 조중동에서도 또 볼 수 없는 그런 글입니다. 그러기에 꼭 필요한 글이 아닐까 합니다. <마도왕국..>도 그렇고 이 글도 여러 번 읽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말하는 것은 주인장의 정치적 지향점과 저의 그것이 비슷하기 때문일까요? 이 글에 더하여, 정세균 대표 인터뷰(http://www.sisain.co.kr/news/articleView.html?idxno=3409)를 보면서 그의 정치적 리더십이 성공했으면 하는 바람이 들었습니다. 물론, 한국 정치 현실에서 그 바람이 이루어질지는 두고 봐야 할 문제지만..
p.s. 그런데, 마도왕국은 '무거운 이야기'고 이건 '가벼운 이야기'로 분류해 두셨더군요. 반어법 같은 건가요? ㅎㅎ
분류가 이상한 건 그냥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된 거라......;; 그리고 이 글같은 경우에는 쓰다보니 민주당을 위한 변명(?)처럼 되어버려서, 각잡고 쓴 글이 아니라는 걸 강조하고 싶기도 했구요. ㅎㅎㅎ
지금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건 좌가 옳으냐 우가 옳으냐 하는 것이 아니라, 좌우가 상식적인 논의를 할 수 있는 테이블을 만드는 것이 아닌가 합니다. 한나라당이 거지같은 법안을 내놓더라도 정말 민주주의를 부정하거나 공산주의에 가까운 것이 아니라면야 국회 점거하고 국K-1하고 이런 건 안 되지 않나, 합니다. 본문 마지막에 써 놓은 것처럼, 현실이 갑갑하더라도 우리가 지켜야 하는 것은 낱개의 사안이 아니라 그것을 고쳐나가는 민주적인 시스템 그 자체니까용. 그것이 지켜지지 않는다면, 훗날 한나라당이 소수세력이 되어 국회를 점거하고 발목잡기를 할 때 그것을 비난할 논리가 없어지기도 하고......
민주당은 한나라당과 통합하는게 맞다는 거죠^^
서로 추구하는게 거기서 거기인 정당들이 마치 극과 극인것 처럼 위장하는게 문제지 그 당의 성격이 꼴통스럽다는게 무슨 문제가 되겠습니까?
이런 글을 쓰실동안 민주당이 또 설치고 자빠져 있는 국민통합 반MB연대라는 개 발싸개 같은 짓거리 부터 비판하셔야 이치에 맞는게 아닐지요?
애초에 민주당이 지들이 위기일 때마다 속칭 이땅의 진보세력으로 부터 수혈을 받아 연명해오면서 나라가 이모양 이꼬라지가 됐는데, 님의 글은 마치 진보세력이 민주당의 수혈이라도 바라는 것처럼 보이는 군요.
민주당 지지자시라면 진보세력에 구걸하면서, 양극화나 부추키는 민주당과 그 지지자들의 더러운 행위부터 좀 자제하면서 이런 글 쓰시기 바랍니다.
지금 열우당-민주당 라인이 좀 병맛난단 건 인정. 하큐횽 같은 사람도 상당한 세를 구축하고 있을 정도니...... 하지만 그렇다고 한나라당이 '우파'가 될 수는 없을 것 같고, 적어도 민주당에는 '건전한 우파 정당이 될 수 있는 희망'이라도 남아 있다고 봅니다.
민주당이나 한나라당이나 도찐개찐이니 합쳐버리라는 건, 우파 전체를 말살시켜 극우로 포함시켜야 한다는 것인데, 정말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오만한 주장입니다. 리영희 선생은 새는 좌우의 날개로 난다는 유명한 일구를 남기셨는데, 그럼 '왼쪽 날개'에 해당하는 민주노동당/진보신당/사회당은 한나라당을 '오른쪽 날개'로 파트너삼아 함께 날아갈 건가요? 뭐 설사 민노당이 한날당을 국정 파트너로 여긴다 해도, 한나라당은 '이건 뭐 듣보잡임?'하고 무시하는 게 현실인데...... 아마 민노당은 민주당 때문에 자신들의 '선명성'이 가려지고 있으므로, 한나라당에 대한 투쟁 노선을 '선명하게' 드러낼 수 있으면 국민들이 민노당을 선택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모양인데,..... 정치란 건 생물과도 같지요. 그게 그렇게 쉽게 될 것 같았으면 애당초 한나라당이 150석 넘게 얻는 일도 없었을 거라능.
좌파만 옳고 나머지는 전부 신자유주의, 나머지는 전부 양극화 주범, 따라서 전부 병맛, 이런 논리는 제가 좌파에게서 등을 돌리게 된 가장 결정적인 이유였는데요. 좌우의 상호 협조와 견제 없이 좋은 정책은 나올 수가 없습니다. 막말로, 좌파만 옳고 나머진 신자유주의,라는 아집에 둘러싸인 이상 지금 민주노동당에서 대통령 나오면 5년 안에 나라 경제 파탄난다에 500원 겁니다. 이명박 대통령의 경제관도 한심하지만 민주노동당엔 도대체 경제통이란 게 있는지조차 의심스럽더군요. 경제란 건 "누가 누가 더 아름다운 유토피아를 꿈꾸나" 경쟁이 아닌데...... (진중권씨 등 말 잘 하는 좌파 지식인들은 많지만, 이 분들, 정작 정책 만들어내라고 하면 강만수 장관 발끝에도 못 미칠거라는 데 다시 500원 겁니다.)
추가. 반 MB 연대에 딱히 찬성하는 건 아니지만, 적어도 언론정책이나 공안정책 등에서 민주당-민노당이 협조하는 건 지극히 상식적이지 않습니까? 두 당이 무슨 양당체제를 만들고 있는 것도 아니고 뭐...... 민노당이 '민주당의 대안은 선명하지 않아서 우리는 협조할 수 없다'고 굴면 그거야말로 병맛 인증이죠.
다른 걸 떠나서 일단 선거를 통해 소수당이 되었으면, 의회 내에서 세력이 밀리는 건 어쩔 수 없는 것이니, 최대한 협상을 통해서 얻어낼 건 얻어내고 타협해 주는 것이 가장 좋았겠죠. 실력 저지, 육탄 저지를 바라는 사람도 좋아하는 사람도 거의 없는 것이 사실입니다. 사실 민주당이 이번 국회에서 잘 한 건 별로 없어 보이는군요.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이 이 나라를 말아 먹더라도 선거에서 그들을 뽑은 건 국민들입니다.
헌법이나, 기존의 법에 명시된 법의 목적 자체에 반하는 법을 만들지 않는 한..... 국회 내에서의 정상적인 의정활동을 방해할 권리는 그 누구에게도 없다고 생각해요. (근데 사실 헌법은 그렇다치고 법의 '목적'에 어긋나는 기괴한 법안을 발의하는 멍청한 의원들도 많이 있긴 하죠. 이런 경우에는 뭐 절차적 정당성 요런 얘기가 상당히 사치로 느껴지긴 해요.)
물론 어떤 법을 만들어가는데는 충분하다 못해 넘칠 정도로 많은 여론 수렴과 토의과정이 필요하고, 그것이 충분하지 못했다면 국민은 그에 충분히 반대의 목소리를 낼 수 있을 테지만...... (촛불시위처럼요.) 지금이 꼭 그런 상황인지는 약간 의문. 그린데이식 표현을 빌어 redneck agenda 같은 게 문제긴 하지만, 그런걸 아예 부정하려들면 잠언정치 따위로 빠지기 쉽상이기도 하고..... 뭐 저는 한나라당이 발의한 법안 대부분을 거지같다고 생각하지만, 언론쪽 법안을 비롯해 진짜 '헌법적으로' 거지같은 법안이 있는 반면 어디까지나 사회적 합의의 문제인 것들도 많으니까요. 어렵네요.
절차적 정당성이 담보된다고 결과까지 좋으리라는 법은 없죠.
히틀러도 국민들의 압도적인 지지로 뽑혔고 그의 반인륜적인 법들도 전부 정당하게 선거로써 신임된 사람들에 의해서 만들어진겁니다.
나라를 말아먹더라도 선거에서 그들을 뽑은건 국민이니까 감수하라는건 어처구니가 없는 주장이죠.
선거에서 5년간의 국정을 책임져 달라고 국민들이 통치권을 위임한건 국민의 인권을 보장하고 권리를 잘 보장하라고 한것이지. 정권을 가졌으니 너희들 마음대로 하라라고 권리를 모두 줘버린건 아닙니다.
한나라당의 정책중에서 단한가지라도 타협할만한 것이 있었는가 부터 생각해 볼 문제죠.
하나도 없다고 봅니다. 전혀요.
진보지식인의 의견을 반영하면 지지율은 안올라간다? 그럼 반대로 무기력하게 한나라당의 의견에 동조하면 지지율이 올라갑니까?
둘다 마찬가지죠.
그리고 지난 정부때 한나라당이 4대악법 저지하겠다고 계속해서 국회 파행시키건 기억에서 거의 날아가 버린건가요?
그래서 한나라당이 인기 없어지고 재집권에 성공못했나요??
이야기의 근거가 굉장히 떨어지네요.
타협안하고 강경하게 나가는거 모습 보기 좋지 않지만..
내부 입장에서는 이렇게라도 안하는 이상 지지율은 그대로일테니.. ㅎ
뭔가 했다는 얘기를 하고 싶었겠지.. 안그러면 진짜 민주당 한거 없으니..
이렇게라도 한나라당에 지친 애들 좀 흡수하고 싶겠지.. ㅋ
마침 좀 짖을거리기도 하고...
좌파지식인 중에도 경제학자들 많이 있는걸로 알고 있어 ㅎㅎ
물론 그 숫자는 적겠지만..
아무리 좌파라지만 세계 흐름을 완전 거부한 유토피아는
당장에 사람이 세울 수 있는게 아니란건 알고 있을거야..
사실 민노당이나 진보신당이 정권을 쥔다고 해도
그들이 뭔가 우리에게 제대로된 청사진을 보여준 적이 없기때문에
불안불안하기는 마찬가지야..
내가 그들에게 원하는 것도 좀 제대로된 역량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라는 건데..
헌데 우리나라 우익이라는 정당들은 하나같이 밀실정책에..
민주주의는 없고... 말 안들으면 진압하고... 기득권 유지에 주력하고..
이런 태도들이 너무 싫어서.. 그래서 계속 좌에 희망을 두는게 아닌가 싶다.
언젠가 기반이 커지면 괜찮은 역량을 가지고 당선되는 날이 오겠지.. ㅎ
언제인지는 모르겠지만...
요즘 좌/우는 내가 보기에 이념이 아니라..
민주/반민주 혹은 도덕/비도덕으로도 볼 수 있을 정도인거 같아..
혹은 심하면 피지배층/지배층(빈/부)으로도 볼 수 있겠지 ㅋ
서로 합의할 상황이 못되는건 이런 이유가 아닐까나...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