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대통령의 왕국

음악 | 2008/12/13 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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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ienne de Crécy, Punk (Transmusicales Rennes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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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Killers, HUMAN (MTV EMA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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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태지, MOAI (SBS 인기가요)


사실 무대 장치의 차용은 노래의 멜로디를 차용하는 것보다 훨씬 관대하게 인정받는 경향이 있다. 왜 그런지는 잘 모르겠지만, 아마 대부분의 무대 장치가 완전히 독창적인 창조물이라기보다는 기존의 모티브를 적절히 섞어 재창조하는 방식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원더걸스나 엄정화 등이 '베꼈다'고 비판받았던 마돈나의 <Confessions on a dance floor> 무대장치같은 경우에도 그 노래에 어울리는 시대의 감성을 재현한 것이지 그녀가 100% 창조한 것은 아니었고, 따라서 찾아보면 그 비슷한 무대 장치는 과거에도 자주 사용되었다. 또한 다른 가수의 무대와 비슷한 무대를 사용하는 것은 일종의 오마쥬같은 의미도 담고 있기 때문에......

어쨌거나 그동안의 관례를 보아 하니, '모티브를 가져다가 쓰는 것'은 원래 그다지 문제시되는 행동이 아닌 것 같다. 문제는 '모티브 이상'을 가져왔을 때다. 큐브형 무대야 이제 워낙 많이 쓰인 것이다. 예를 들어 최근에는 아이돌 그룹 빅뱅이 <모두 다 소리쳐> 무대에서 큐브 무대를 사용한 적이 있는데, 이걸 보며 "The Killers가 빅뱅의 무대를 베꼈다"고 말하면 도대체 문화적인 소양이 없는 것이다. The Killers의 <HUMAN> 무대같은 경우 그 큐브형 무대에 영상효과를 가미한다는, 중심이 되는 모티브를 다른 가수의 무대에서 가져왔다는 약점이 있는데, 어쨌거나 노래의 컨셉트에 맞추어 재창조한 부분이 많다. "오오 쩐다"는 분위기가 "에게 전에 누가 이미 썼던 무대효과잖아"하는 실망감으로 변할 수는 있어도, '베꼈다'는 표현을 쓰긴 어려울 것 같다.

그렇다면 우리의 문화대통령 서태지 씨도, '중심되는 모티브를 빌려왔을 뿐'이라는 얘기를 할 수 있을까? 이것은 두 무대를 모두 본 청자들의 몫에 맡겨둘 일이다. 본디 이런 일의 심판자는 청자가 되는 법이니. 다만 이 문제가 불거져 나온 뒤 서태지 팬덤에서 나온 반응은 다소 이해하기 어려운 것이었다.

서태지 씨의 팬덤은 공고하다. 게다가 유식한 사람들이 많다. 중학생 정도가 대부분인 아이돌 팬덤과는 다르다. 하지만 그것이 오히려 서태지 팬덤의 약점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번 무대 표절 문제를 비롯해 서태지 씨가 공격받는 일이 있으면, 어떤 서태지 팬덤의 구성원들이 문제의 본질과 별 관계가 없는 얘기들, 포스트모더니즘 대중 예술의 현황이나 영미권의 클럽 문화, 특정 장르음악의 마니아적 취향 따위의 얘기를 가져와서 서태지 씨를 변호하는데 쓴다. 그리고 나서, 그 의견에 대한 반박이 없다고 해서 "역시 안티들은 아는 게 없다"고 우쭐댄다. 하지만 그건 논의가 아니다. 포스트모더니즘 대중예술의 현황 따위는 그 전공자가 아니면 알 수도 없고 알 필요도 없는 것이며, 영미권 클럽 문화 같은 것도 영미권에서 살면서 클럽 죽돌이 노릇을 하지 않고서는 알 수 없는 것이다. 그러니 대부분의 사람들이 거기에 대해 대답하지 못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그게 문제가 아니다. 그건 '서태지가 무대를 베꼈는가, 안 베꼈는가' 하는 '핵심이 되는' 문제와는 전혀 동떨어져 있는 것이고, 무척이나 돌아가는 것이다. 우원증이다. 전형적인 궤변이다.

예를 들어 누군가가 "한의학 침술 그거 플라시보라면서요? ㅋㅋㅋ"하며 내 블로그에 한의학을 까는 글을 남겼다고 가정해 보자. 그러자 내가 "사람과 자연은 합일이 되고 인간의 전일적인 기능을 회복시켜야 하고 블라블라 하기 때문에 플라시보 같은 말로 측정할 수 없다"고 주장하며 한의학 이론을 가지고 거기에 반박했다. 그럼 아마 99%의 사람들은 내 의견에 반박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런데 그건 내 의견이 그럴듯하기 때문이 아니고, 대놓고 헛소리이기 때문이다. 상대는 침술이 플라시보냐 아니냐에 대해 물어왔지, 한의학 이론의 근간에 대해 물어온 것이 아니다. 내가 상대의 의견에 반박하려면 "침술의 플라시보나 기대 효과를 측정할 수 있는 연구방법이 아직 정립되지 않았고" "연구에 따라 결과가 달라 아직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는 등의 주장을, 근거와 함께 댔어야 했다. 한의학의 이론 체계를 상대는 잘 모르고 나는 잘 안다. 뜬금없이 플라시보 효과와 별 관계가 없는 천인합일설(天人合一說) 따위를 들고 나오면 안 된다. 그건 "이것도 모르면 찌그러져 있어"하는 협박일 뿐이다. 물론 한의학 이론에 대해 잘 모르면서 "침술은 플라시보이므로 무당 김수남 선생이 만든 '쇠고기무국보양뜸'이 킹왕짱"이라는 주장을 하거나, 의학 이론에 대해 잘 모르면서 "암에 대해 주류의학은 무력하므로 가우스 박사가 만든 가우슨 요법을 써라"라는 주장을 하거나, 이런 것은 학문적으로는 물론 도덕적으로도 문제가 있는 것이지만.

어쨌거나 이런 식으로 논쟁을 끝낸다면, 상대는 "아 한의학의 세계는 무척 신묘하구나 나 따위가 함부로 깔 것이 아니다"라며 뉘우치고 떠나게 될까? 말도 안 되는 소리다. 아마 그에게 한의학도들은 종교인이나 다름없이 보일 것이다. 그가 한의학이나 의학에 좀 관심이 많았던 사람이라면 한의학을 아집과 독선의 학문으로 인식했을지도 모르고, 한 술 더 떠 그가 한의학에 부정적인 의료업 종사자였다면 한의학을 제도권 의학에서 몰아내야 한다는 신념을 한층 더 확고히 했을지도 모른다. "사람과 자연은 합일이 되고 블라블라" 하는 소리에 "오오 역시 한의학 오오" 하며 감탄해 줄 사람은 한의학도 그 자신들밖에 없다. 왕국의 성벽은 점점 더 견고해질 것이며, 그 어떤 창과 칼도 이 왕국의 성벽을 뚫을 수는 없을 것이지만, 마찬가지로 그 어떤 상인도, 그 어떤 외교관도 그 왕국 안으로 들어갈 수 없을 것이다.

팬덤도 다르지 않다. 어렵지만 논의와 관계없는 얘기는 아무리 해 봐야 의미가 없다. 포스트모더니즘 블라블라 해서 서태지는 위대하다, 어떤 장르음악의 블라블라한 속성을 블라블라하게 결합하여 서태지는 위대하다, 유식해보이는 표현은 가득하다. 멜로디가 귀에 안 들어오네요, 무슨무슨 노래랑 비슷하네요, 하는 아주 단순하고 명쾌한 논쟁거리 앞에서 팬덤은 몹시 어렵고 전문적이지만 쓸데없는 내용들을 가져다 붙인다. 이런 얘기를 보며 사람들은 "서태지는 위대하구나 나 따위가 함부로 왈가왈부할 존재가 아니다"하고 말 것인가. 그 팬덤은 종교적 의미로 변질될 것이며, 거기에선 더 이상 어떤 문화적 교류를 기대하기 어려워 질 것이다. 팬덤은 그들의 신이 얼마나 위대한지에 대해 종교적 수사로서 대화할 것이고, 외부인들은 그 팬덤의 종교성에 대해 기가 질려 더이상 그 팬덤은 물론 그들의 신에게도 관심갖지 않을 것이다......

1줄 요약 : 뭔가 글을 끝맺어야 되는데, 서태지 팬덤 무서워서 여기까지만 써야겠다
1줄 보강 : 아무리 그래도 너무 뜬금없다 싶어 좀 더 썼음



2008/12/13 10:41 2008/12/13 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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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ㅌㅌ 2008/12/15 17:27 | PERMALINK | 고치기 | 답하기 |

    1.한의학은 얼마든지 반박가능합니다.
    입증책임이 본인한테 있는데. 천일합일이니 뭐니 전혀 증명이 안되죠.
    증명이 안되는걸 논거로 썼으니까 당연히 받아들여지기 힘들죠.
    이걸 반박이 불가능하다고 말씀하시는건 이해하기 힘드네요.

    말장난처럼. 신이있느냐 없느냐. 뭐 이런 논의의 불가지론으로 물고늘어진다면 한심하지만 신이 없는걸 증명해 봐라라고 입증책임을 반박하는 사람한테 돌리면서 발악 발악 악을 쓰는 상대라면 뭐 어쩔 수 없죠. 토론의 기본룰이 안되는 사람이니까요. 하지만 일반적인 정상적인 개념에서의 반박은 가능합니다.

    2. 서태지 무대 표절 논란에 대해서는 글 자체의 의문점이 있습니다. 표절이다 아니다는 비전문가가 판단할 수 있는 영역이고 영미권의 클럽문화의 문화적 트렌드, 모티브에 대한것은 전문가적인 영역입니까?
    이 부분이 잘못됬다고 보입니다.
    음악에 대한 표절이나 저작권상의 표절 여부는 꽤나 전문가적인 영역입니다.

    3. 표절이다 아니다 전문가적인 영역이라도 그 판단은 개개인이 하는 것이겠죠. 그게 맞냐 그렇지 않느냐는 별개로요. 하지만 그 모티브나 흐름에 대해서 설명하는고 서태지도 그 흐름에서 모티브를 따왔으므로 표절과는 거리가 멀다라고 주장하는 논리 자체에 문제는 없습니다.

    우리가 창조라고 부르는것도 사실은 모두 예전에 창조된 것에 바탕을 두고 있는 겁니다. 그러니까 모티브를 거기서 가져와서 자신만의 아이디어로 창조하게 되는게 보통이죠. 하늘아래 새로운것은 없다는 이야기가 맞습니다.

    물론 그것이 예전의 것을 바탕으로 새롭게 자신이 창조해 낸것이냐.
    단순한 베끼기냐는 또 다른 차원의 문제겠지만요.

  2. 손님 2009/01/04 17:07 | PERMALINK | 고치기 | 답하기 |

    '몹시 어렵고 전문적이지만 쓸데없는 내용들을 가져다 붙인다' 스스로 음악문외한이라는 걸 인정하시는군요. 보아하니 서태지 싫어하시는 분 같은데 그냥 닥치시죠. 큐브무대를 서태지가 표절했다고 하실려면 더 킬러스도 표절했다고 하셔야 할것입니다. 아니 더 킬러스 뿐만이 아니라 수많은 뮤지션이 큐브무대를 사용한것을 수차례 본 저로서는 당신이 그저 서태지를 까기위해서 지껄인다고 밖에 안보여집니다. 전 서태지 팬이 아닙니다. 그저 알지도 못하면서 지껄이는 당신같은 사람들을 제일로 싫어하는 사람입니다. 블로그 폴더명을 음악이라고 해놓고선 이런 소리를 지껄이는 걸 보면 당신이 그저 서태지 까고싶어서 안달난 사람이라는게 증명되지요. 외국에서도 인정해주는 뮤지션을 같은나라에서 이렇게 깔려고 안달이 나니 우리나라가 발전이 안되지요.

    당신 음악블로그들 많이 읽어봤는데 ㅋㅋㅋㅋㅋㅋㅋ 한숨이 나오네요 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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