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인의 음악제 '08
음악 | 2009/04/19 18:56
예인의 음악제는 2003년 시작된 개인적인 음악 결산입니다. 무슨 틀 같은 게 있는 건 아니고, 그냥 한 해 동안 가장 감동적으로, 가장 즐겁게 들었던 음악의 리스트를 만들어 인터넷을 통해 모두와 함께 나누는 것이 목적입니다. 올해는 국가시험 준비를 비롯해 여러모로 바쁜 일이 많아 4월이 되고서야 겨우 그 최종 리스트를 내놓게 되었습니다. 굵게 표시된 작품이 그 리스트 중에서도 '최고'로 손꼽힌 것들입니다.
| 최고의 앨범 [국내] | 최고의 앨범 [해외] |
| 가장 보통의 존재 언니네 이발관 It's Hyorish 이효리 Hardboiled W & Whale Voyage 나윤선 Vol. 2 이장혁 |
Third Portishead Viva La Vida Or Death And All His Friends Coldplay The Age Of The Understatement The Last Shadow Puppets Oracular Spectacular MGMT Fleet Foxes Fleet Foxes |
| 최고의 노래 [국내] | 최고의 노래 [해외] |
| 앵콜요청금지 브로콜리 너마저 가장 보통의 존재 언니네 이발관 R. P. G. Shine W & Whale 너의 다큐멘트 한희정 봄 이장혁 |
Run (I'm A Natural Disaster) Gnarls Barkley Love Lockdown Kanye West Human The Killers The Age Of The Understatement The Last Shadow Puppets Kids MGMT |
함께 듣는 취향 [국내] |
함께 듣는 취향 [해외] |
| 나만 바라봐 태양 U-Go-Girl 이효리 Solo Dynamic Duo 10점 만점에 10점 2pm Nobody 원더걸스 |
Spiralling Keane Viva La Vida Coldplay Love Lockdown Kanye West Spaceman The Killers 4 Minutes Madonna feat. Justin Timberlake & Timbaland |
'함께 듣는 취향'은 누구나 같이 들을 수 있는, 쉽게 들을 수 있는 노래를 꼽은 리스트입니다. 고심 끝에 이효리의 <U-Go-Girl>을 최고작으로 골랐습니다. 사실 노래 자체만 보자면 다른 노래에 비해 더 뛰어나다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는 게 사실이에요. 그러나 그녀의 앨범에 참여한 인물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조금 생각이 달라집니다. 박근태, 김도현, 그리고 이효리 본인. 알다시피 박근태나 김도현은 '음악성을 담보하는' 인물들이 아니에요. 김도현은 <Get Ya'>의 표절 논란으로 이효리를 수렁에 빠뜨렸던 장본인이고, 박근태는 음악을 '찍어내는' 음악 공장 이미지를 벗지 못하고 있죠. 이런 앨범이 유독 좋은 평가를 얻는다면, 아무래도 가수 본인의 선구안을 가장 먼저 그 일등 공신으로 꼽을 수밖에 없죠. <U-Go-Girl>에 높은 점수를 준 이유는 이효리 그 자신이 다른 음악인의 재능이나 이름값에 의지하지 않고 스스로 이런 결과를 뽑아냈기 때문입니다.
많은 아이돌 가수는 '작품성이 없다'는 비난을 회피하기 위해 무슨무슨 유명 안무가, 무슨무슨 유명 작곡가의 힘을 빌리곤 합니다. 하지만 이효리는 박근태라는 '안전빵'을 선택하는 대신 E-Tribe 같은 신예 작곡가의 노래를 선택했죠. 무슨무슨 유명 안무가를 불러오는 대신 자신과 오랜 기간 함께 작업해왔던 안무팀과 또다시 손발을 맞추어 안무를 만들었구요. "내가 한국 최고의 팝 스타"라는 자각이 있었던 것일지는 모르지만, 자신의 작품에 대해 스스로가 중심이 되고, 자신의 벗들을 팀으로 삼아 한 장의 앨범을 함께 만들어간다는 것은 무척이나 훌륭하고, 또 고무적인 일이에요. 그녀 자신에게도 좋은 경험이었겠지만, 이처럼 톱 가수가 앨범 한 장을 만들면서 신예 작곡가, 또 한국의 안무팀과 손발을 맞춘다는 것이 한국 대중음악계에도 좋은 거름이 될 수 있거든요. 특히 최고 인기 팝 가수들이 부끄러워하지도 않고 '번안곡'을 불러대는 현 상황에서라면 더더욱 그렇죠.
최고의 앨범으로는 특별한 고민 없이 언니네 이발관의 <가장 보통의 존재>를 골랐지만, 최고의 노래를 고르는 것은 조금 어려웠습니다. 특히 고민했던 것은 언니네 이발관의 <가장 보통의 존재>, W&Whale의 <R.P.G. Shine>, 브로콜리 너마저의 <앵콜요청금지> 중 어떤 노래를 선택할까 하는 문제였습니다. 하지만 결국 W&Whale의 <R.P.G. Shine>을 꼽게 됐어요. "걱정하는 것을 걱정하지 마"라는 가사가 워낙에 가슴을 때렸던 것도 있고, 그 전신인 Where the story ends라는 팀을 오랫동안 좋아해왔던 것도 있고. 사실 개인적으로는 <앵콜요청금지>도 무척이나 감동적으로 들었지만, 이것을 정말 한 해 동안 우리나라에서 나온 최고의 노래라고 자신있게 추천할 수 있을 것인가 - 하는 생각을 해 보니 아무래도 아니다 싶더라구요. 정말 좋은 노래고, 오랫동안 듣게 되겠지만, 이건 뭐랄까, 누가 뭐래도 인디의 음악일 뿐이란 생각이 듭니다. 뭐 밴드도 무슨 역사에 길이 남을 역작으로 만들자는 각오로 이 앨범을 만들지는 않았다고 생각해요. 이건 정말로 보편적인 노래거든요.
한편 해외 쪽에서는 올해의 앨범, 올해의 노래 모두 MGMT를 꼽게 되었습니다. 사실 MGMT를 '최고'로 꼽겠다는 생각은 이 리스트를 맨 처음 완성했을 때 - 그러니까 2008년 12월 말에 이미 굳힌 것이었어요. 그런데 어쩌나, 나중에 영국의 유명 음악잡지 NME가 뽑은 리스트를 보게 되었는데, 여기에서도 MGMT에게 올해의 앨범, 올해의 노래를 몰아줘버렸더군요. <Oracular Spectacular>와 <Kids>. 노래 정도는 좀 다를 수도 있겠건만. 재미있더라구요. 세계적인 음악 잡지와 똑같은 앨범, 똑같은 노래를 최고의 것으로 꼽다니, 이지 리스너도 가끔은 이런 행운을 누리는구나 하는 생각도 들고.
MGMT는 장르도 그렇고 음악을 만드는 작법도 그렇고 '주류'라고 하기에는 어려운 음악을 만드는데, 참 이상하게도 그게 아주 재미있고 쉽게 들려요. 어려운 작법으로 듣기 쉬운 노래를 만들어낸다는 건 정말로 흔치 않은 일이죠. 그래서 더더욱 MGMT에 호의적인 평가를 할 수밖에 없는 것 같기도 하구요. 앨범이 전체적으로 다양한 맛을 보여주기 때문에, 앨범 전체를 쭉 듣는 것도 결코 지루하지가 않습니다. <Kids>의 복고적 사운드에 빠져있다가, 갑자기 다음 트랙에서 사이키델릭을 맛보고 있자면 대략 정신이 멍해지죠.
어쨌거나 이런 식으로 또 2008년 한 해의 음악 결산도 끝이 났습니다. 2009년은 아직 초반 몇 달이 지났을 뿐인데 벌써부터 좋은 노래가 많이 나왔어요. Franz Ferdinand, Lily Allen, U2, 그리고 얼마 전에는 Yeah Yeah Yeahs의 신보도 라이센스되어 나왔더라구요. 좋은 음악을 만들어주는 모든 음악인들에게 진심어린 감사를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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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해주신 것 보고 브로콜리 너마저 음반 한장 샀어요. 참 좋네요. 감사합니다. ^^
감수성이 풍부하신 것 같아요. 정말 소박하게 감성을 자극하는 앨범이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