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혁신과 구조조정에 대한 짤막한 글은 이쪽에 : '코레일의 경영혁신, 그 두 얼굴'

우리나라에서 구조조정이라는 용어는 사실상 비지니스 다운사이징(Business Downsizing)과 동의어로 취급된다. 이는 필요 없는 인원과 경비를 줄이고 재배치함으로써 비용 절감을 도모하는 경영 혁신의 한 방식이다. 실적이 좋지 않은 부서를 통폐합하거나, 특정 팀을 해체해버리거나, 실패한 사업 부문에서 일하던 직원들을 다른 부문으로 옮기는 것 등이 이 비지니스 다운사이징이다.

어떤 사람들은 비지니스 다운사이징을 전가의 보도로 착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상식적으로 보더라도 비지니스 다운사이징은 아무 곳에나, 아무 때나 마구잡이로 적용하는 기법이 아니다. 충분히 이윤을 내고 있거나, 혹 현재는 이윤을 내고 있지 못하지만 경영혁신을 통해 개선될 여지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다운사이징을 적용한다면 어떻게 될 것인가? 사업이 위축되고, 결국 기업 전체가 점점 쪼그라들고 도태될 것이다. 그 뿐만이 아니다. 다운사이징은 그 정의에서 알 수 있듯 '인력'을 잘라낸다. 딱딱하고 몰인격적인 교과서의 문장에선 어떻게 설명하는지 모르겠지만, 이 '인력'은 우리의 가족이고 친구다.

그렇다면 다운사이징은 사회적으로 어떤 문제를 일으키는가? 마릴린 맨슨을 닮은 대통령처럼 '노동의 유연성'을 신봉한다면, 이렇게 '해고된' 인력이 다른 회사로 옮겨가 다시 취직하기 때문에 큰 문제가 일어나지 않는다고 생각할 것이다. 이는 이론적으로는 큰 하자가 없는 생각인데, 영국의 대처(Thatcher) 정부가 이를 실제 정책에 반영한 결과는 사실 우울한 비극에 가까웠다. 무지막지한 인플레이션 앞에 봉착한 '철의 여인' 대처 정부는 강력한 긴축 정책으로 인플레이션을 잡은 대신 실업률을 크게 높였다. 이론상으로라면 이 실업률은 일정한 조정 후 자연실업률 수준으로 돌아가야 했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못했다. 그 이유는 아주 다양한데, 그 중 하나는 일단 한 번 해고된 노동자는 다른 직업을 가질만한 노동생산력을 확보하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한다. 실업 상태와 취업 상태를 자유롭게 넘나드는 노동자는 사고 실험에서나 나올 법한 존재인 것이다.

다운사이징은 어디까지나 다른 경영혁신 기법과 상호 보완적으로 적용되어야 한다. 회사는 다운사이징 이전에 근로자의 능력을 충분히 끌어낼 수 있는 충분한 방법을 동원하였는가? 예를 들어, 국내의 한 경제연구소는 '야근을 밥먹듯이 하는 회사는 구조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뜻'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실제로 구글 같은 기업이 '야근이 많아서 세계 최고의 기업이 되었다'는 얘기는 들어본 적이 없다. 그렇다면 이런 체질을 개선하기 위해 경영자들은 어떤 노력을 했는가? 경영자들은 앞서가는 기업의 경영 기법을 적극적으로 도입하였고, 또 미래의 비전을 설정하는데 적극적이었는가? 경영 혁신은 경영자들의 경영 능력이 기술의 발전을 미처 따라가지 못해 도태됨에 따라 생긴 용어였다. 경영자들은 정말 기술의 발전을 따라가기 위해 끝없이 스스로를 혁신하고 있는가? 모르긴 몰라도, 역시 상식적으로 볼 때, 시도때도 없이 다운사이징을 필요로 하는 기업이 있다면 이는 경영자가 제대로 된 '경영 혁신'을 해낼 수 없을 정도로 지독히 무능하다는 얘기다.

이러한 '다운사이징'의 필요성은 공적 부문에서 더욱 어려운 문제다. 이윤 추구라는 비교적 뚜렷한 목적을 가진 사기업과 달리, 공적 부문은 그 목적이 매우 복합적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어떤 오지의 보건소가 이윤을 내지 못한다고 가정해 보자. 그렇다고 해서 이 보건소를 구조조정을 통해 폐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 이건 도대체가 민주주의에 대한 개념조차 없는 얘기다. 하지만 보건소가 방만하게 경영되더라도 그 평가 기준이 '이윤'이 아니기 때문에 그냥 무작정 놔둬야 한다고 생각한다면 이것 또한 엉뚱한 얘기다. 공적 부문에서도 물론 효율적인 경영은 필요하지만, 그 '효율성'의 기준이 이윤과 같은 눈에 보이는 것이 아니라 '지역 주민의 건강' 같은 측정하기 어려운 것이기 때문에 실제 그 경영이 조심스럽고 어려워진다.

보건소에서 중년층을 대상으로 한 중풍 예방 교육을 한다고 가정해 보자. 이 사업이 '효율적으로' 수행되었는지를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 실제 중풍 유병률이 얼마나 줄어들었는지를 기준으로 삼는 것이 가장 객관적이겠지만, 그 평가를 위해서는 20년, 30년씩 시간이 걸린다. 예방 교육을 한 중년층이 실제 중풍에 많이 걸리는 나이가 되기까지 그만큼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만일 중풍 예방 교육 사업을 실시한 뒤 2~3년 째에 중풍 유병률이 얼마나 줄어들었는지 조사하더니만, "중풍 유병률이 별로 줄어들지 않았으므로 사업을 폐지한다"고 결정한다면 이건 또 얼마나 황당한 일일까. 그런데 공적 부문에서 수행하는 사업이란 게 다들 이렇게 장기적이고, 또 그 성과를 평가하기도 매우 곤란한 것들이 많다.

이명박 대통령은 일전에 '교육과학기술부' 같은 이상한 통폐합(대체 '교육'과 '과학기술' 사이엔 어떤 연관관계가 있는 것인가)이나 '지식경제부' 같은 이해할 수 없는 작명을 감수하면서까지 작은 정부를 지향했던 바 있다. 그런데 사실 이는 제대로 된 구조조정이 아니라 단순한 다운사이징에 불과한 것이었다. 아니, 그나마 다운사이징에도 실패했으니 대체 이걸 무엇이라고 불러야 할까. 이 통폐합이 얼마나 잘못된 것이었는지는 이명박 정부 초기 규제 해제와 관련해 방송통신위원회와 지식경제부 사이에 서로 '업무 떠넘기기'가 한창이었다는 점에서 잘 드러난다.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는 작은 정부를 만든 게 아니라, 그냥 일단 '닥치고' 줄여놓기만 한 까닭에 업무 혼선이 빚어진 것이다. 오늘날에 이르러, 또다시 그는 '구조조정'을 얘기한다. 좀 더 정확히 말해, '구조조정'만 얘기한다. 죽창시위가 국가브랜드를 훼손한다면서 구조조정을 얘기하고, 닥치고 사람만 짜르면 칭찬을 늘어놓는다. 그는 제대로 된 구조조정을 얘기하는 것일까, 아니면 또다시 닥치고 다운사이징을 얘기하는 것일까. 도대체 누가 그를 일컬어 '경제대통령'이라 부르는 걸까.

세 줄 요약 :
구조조정(실제로는 근로자 해고 등 다운사이징을 의미)은 경영 혁신의 일환이다.
경영 혁신의 기술에는 구조조정 외에도 다양한 방식이 있다.
따라서 경영자가 시도때도 없이 구조조정만 들먹인다면, 그 자신이 제대로 경영 혁신을 할 줄 모른다는 뜻이다.


2009/05/21 17:32 2009/05/21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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