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국기사단은 일본의 SF 판타지물인 은하영웅전설에 등장하는 사회 단체이다. 은하영웅전설은 전제국가인 은하제국과 민주주의국가인 자유행성동맹 간의 우주전쟁을 그리고 있는데, 우국기사단은 그 중 자유행성동맹에서 활동하는 사회단체이다. 그런데 그 정체성이 묘하다. 도대체가 민주주의와는 어울리지가 않는다. 간단히 얘기하자면, 그들은 군국주의에 부정적인 인사들, 무리한 확전을 경계하는 인사들을 공격하는 테러리즘 단체이다.

우국기사단은 반전주의자는 물론 전략적인 판단에서 내려진 확전 경계론자에게도 테러리즘을 감행한다. 문제는 이러한 테러리즘이 오히려 여론의 지지 - 그 여론의 대부분은 물론 광적인 군국주의자들이다 - 를 얻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현 상황이 전시(戰時)라는 특수한 상황이기 때문에, 전제국가를 몰락시키고 민주주의의 승리를 쟁취하는 것이 모름지기 국시가 되어야 하며, 전제국가와의 타협은 곧 민주주의의 패배와 다름없다는 극단적인 이데올로기 신봉에 기인한다.

또한 우국기사단의 이러한 테러 활동은 검찰 및 경찰도 묵인하고 있으며, 검찰 및 경찰은 우국기사단의 테러 활동을 보고서도 수수방관하다가 뒤늦게 출동하여 오히려 피해자들을 다그치는 모습을 보인다. 우국기사단같은 '애국 단체'에게 테러를 당했다면 그만큼 문제가 있는 행동을 했다는 뜻 아니겠냐는 것이다. 이런 검/경의 태도는 정부 내 군국주의자들이 우국기사단의 이러한 테러를 사실상 지원하기 때문인데, 이러한 테러리즘에 대한 공권력의 지원/묵인은 많은 여론이 광적인 군국주의, 극단적 이데올로기 신봉에 기울어져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광적인 여론은 정부의 군국주의자들을 키우고, 정부의 군국주의자들은 우국기사단 등과 같은 단체의 활동을 사실상 지원함으로써 다시 광적인 여론을 키운다. 이러한 양성 피드백(positive feedback)은 발전하고 발전하여 결국 악순환(vicious circle)에 이르게 된다.

이러한 군국주의는 일반적인 군국주의와는 구별할 필요성이 있는데, 구별을 위해 '멍청한 군국주의'라고 부르기로 하자. 이 군국주의가 멍청한 군국주의인 까닭은, 이들이 이데올로기에 경도되어 국제관계에 필요한 전략적 판단을 사실상 배제해버리기 때문이다. 이러한 멍청한 군국주의는 결국 나라를 절대적인 위기로 몰아넣게 된다. 얀 웬리란 이름의 명장군이 기적적인 작전 수행으로 적군의 가장 중요한 요새를 점령하자, 이성적인 사람들은 이 거점을 (비록 항구적이지 못할지라도) 평화 협상의 유리한 고지로 삼기를 원했다. 이는 장기간의 전쟁으로 나라의 기반 시설이 사실상 붕괴 직전에 당면해있어, 이 평화 협상을 통해 사회 인프라를 다시 복구할 시간을 벌고자 한 것이었다. 그러나 멍청한 군국주의자들은 이런 전략적 판단을 오히려 '겁쟁이들의, 전제국가에 대한 굴복'으로 규정하고 그 거점을 오히려 돌격의 거점으로 삼기를 원하였으며, 결국 자신들의 뜻을 관철시켰다. 그러나 당연하게도 - 군사적 역량이 서로 대등했음에도 불구하고, 붕괴 직전의 인프라로는 그런 대규모 전쟁을 유지할 수가 없었다. 결국 전쟁에서 압도적인 대패를 당하고, 나라가 기울게 되는 비극적 상황으로 치달아간다. 즉 멍청한 군국주의는 실제로는 필연적으로 국방력을 심각하게 약화시킨다는 점에서 보통 군국주의와는 반드시 구별할 필요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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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은 생전 밀리터리 마니아들에게 '꿈과 희망의 군국주의자' '반도의 호전광' 같은 별명으로 불리곤 했다. 이는 정말로 그가 군국주의자였기 때문이 아니었다. 그가 단순하게 반북(反北)만 부르짖거나 한미동맹이 중요하다고 말로만 얘기하는 '멍청한 군국주의자'들의 행태를 벗어나, 실제로 군대에 대한 예산을 크게 늘리고 훈련기법을 선진화함은 물론 다양한 첨단 무기를 도입하는 등 실제 국방력의 확충을 위해 심대한 노력을 기울였기 때문이다. 또한 한미동맹의 유지와 북한에의 대적 등 전략적 측면에 있어서도 비교적 합리적으로 사고하려 노력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와 같은 국방력 확충 정책은 자칭 우파 이명박 정부의 등장과 함께 대부분 폐기되고, 대신 이데올로기에 경도된 '멍청한 군국주의자'의 정책이 전방위적으로 채택된다. 그 내용은 이 블로그의 이 글에서......

그러나 그는 일방적인 반북을 부르짖지 않았다는 이유로 전제국가(북한)앞에 민주주의를 패퇴시킨, 이른바 '빨갱이'라는 모욕적인 취급을 받아야 했다. 이러한 보수단체의 성격은 전략적 사고보다 이념에 경도되어 있다는 점에서 '우국기사단'의 그것과 유사해 보인다. 그리고 급기야는 시민들이 마련한 분향소가 한 예비역 대령이 본부장으로 있는 정체불명의 보수단체에 의해 짓밟히고, 영정이 모욕당하는 수모를 당하기까지 한다. (관련기사) 또 한 가지 문제는 이러한 행태가 실제 경찰의 '묵인'하에 이루어졌으며, 이 와중에 보수단체가 허공을 향해 가스총을 발사하는 등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든 폭력을 행사했다는 증언에도 불구하고 이조차 제지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관련기사) 오히려 경찰은 폐허나 다름없이 되어버린 분향소를 마저 철거하는 과정에서 오히려 이에 항의하는 시민을 연행하였다. (관련기사)

이는 소설에 나오던 '우국기사단'의 행태나, 그 행태를 묵인하던 검/경의 태도를 거의 그대로 빼다박았는데, 사실 이런 일은 한 두 번 일어난 것이 아니다. 이번에는 노 전 대통령의 영정을 모욕하는 등 그 죄질이 특히 나빠 더 큰 화제가 된 것 뿐, 일전에도 여러 보수단체가 가스통이나 차량을 이용해 위협적인 시위를 수 차례 벌인 바 있으며, 검/경이 이런 심각한 폭력 집회를 제대로 제지하지 않은 것 또한 한두 차례가 아니다. 소설은 소설이고 현실은 현실일 뿐이라지만, 현실이 이렇게까지 소설을 닮아버리면 걱정하지 않을 수가 없다. 보수단체의 테러리즘이 노골화되고, 검/경이 이를 사실상 묵인하며, 행정부의 정책에 '멍청한 군국주의'의 색깔이 짙게 밴 이 대한민국의 현실에서, 우리는 이 모든 것이 다음 단계로 나아가지 않도록 해야 한다. 멍청한 군국주의에 대치하여, 전략적인 국력 확충을 이뤄내야 한다. 소설 은하영웅전설에서, 멍청한 군국주의자들이 득세한 자유행성동맹은 국방력은 물론 국력 자체가 급격히 저하하며 순식간에 멸망했다. 다시 소원하건데, 다음 단계로만은 나아가지 말아야 한다.


2009/06/25 11:33 2009/06/25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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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erte 2009/06/25 13:28 | PERMALINK | 고치기 | 답하기 |

    아... 갈길이 멀고 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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