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날에, 비가 그치고 몹시도 화창하던 날에 온갖 구역질나는 정치꾼들의 정치를 감상했다. 늙은 사람이 연단에 나서 선동을 벌인다. 헌법의 가치, 법원의 판례가 가지고 있는 함의, 법의 목적, 모든 것들을 무시하고 협잡꾼들의 사익이 최대가 되는 방향으로 '담합'해 시행규칙을 만들어야 한다고 선동한다. 나는 그 선동에 지독히도 회의적이었다. 그 선동에 내가 휘둘려야 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다. 시행규칙은 그저 법의 목적에 맞춰 만들어지면 될 일이지 우리의 사익이 개입될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자칭 지식인은 내 소극적인 자세를 바라보며 우리 모두가 정치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치에 관심을 가져야만 자신의 이득을 지킬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자신의 뜻을 지키고 싶었던지, 지식인은 정말 자신의 이득이 걸린 문제를 보며 헌법의 가치, 법원의 판례가 가지고 있는 함의, 법의 목적, 그 모든 것들에 대해 함구했다. 오직 자신의 이득만 생각하며, 자신의 이득에 방해가 되는 이들을 비난했다. 물론 그는 단 한 번도, 자신의 발언이 현실화되었을 때 발생한 모든 일에 대해 책임을 진 적이 없었다. 지식인들이 늘 그렇듯이 그는 모든 책임은 정책가들에게 돌리곤 했다. 그래서 더욱 씁쓸했다. 여하튼, 내 의견은 정말이지 소수파였다. 정치꾼과 지식인들의 선동에 모두가 한 마디씩을 보태며 난상토론이 벌어졌다.

나는 조용히 감상했다. 다만 모든 게 끝난 뒤 소리내어 육두문자를 내뱉었을 뿐이다. 그 자리를 나선 나는 마트에 가서 장을 본 뒤 샤브샤브를 먹으러 갔다. 집에서는 브루스 커밍스의 한국현대사를 읽고, 홍대 앞으로 레슨을 받으러 가고, 침구학 책을 읽고, 일본어 기초 강의를 들었다. 예수는 이렇게 말했다. 카이사르의 것은 카이사르에게 바쳐라. 나는 감히 그 위대한 말씀을 이용하여 이렇게 말하고 싶다. 카이사르의 것은 카이사르에게 맡기고 싶다. 정치와 입법은 정치인과 공무원들에게 온전히 맡기고 싶다. 그러기 위해 만들어진 대의제 아닌가. 법이라면 모르거니와, 시행령과 시행규칙, 공무원들의 자잘한 움직임 하나하나에 내 삶이 좌우된다면, 그리고 그 모든 일에 내 이권을 개입시켜야만 한다면 내 가치는 얼마나 보잘것없는 것인가. 나는 다시 침구학 책을 읽고, 홍대 앞으로 레슨을 받으러 간다. 구역질나는 작은 정치판을 떠나 자랑스런 내 삶의 현장으로 돌아간다.


2009/07/01 23:29 2009/07/01 2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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