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맥스윈도와 정치꾼들
무거운 이야기/IT | 2009/07/08 13:57
순수 국산 기술로 만들어졌다는 운영체제, 티맥스 윈도 9. 이미 각 언론에서는 "토종 OS가 MS를 잡을 것"이라며 흥분하는 기사를 쏟아내고 있고, 그나마 중립적인 기사도 "기대 반 우려 반"이란 식으로 티맥스 윈도 9에 비교적 우호적인 표현을 쓰고 있다. 하지만 이는 기사라기보다 기자의 역량 부족이나 신문사를 둘러싼 여러 정치적 역학관계를 탓해야 마땅할, 실로 의미 없는 '글자의 나열'로 보인다. 사실 시연회에서 공개된 티맥스 윈도 9의 모습은 시대에 뒤떨어진 것은 물론 표절 의혹까지 불러일으키는 UI, 제대로 돌아가는 프로그램이 없을 정도의 극단적인 불안정성, 이미 수 년 전 구현된 '와인' 기술보다 훨씬 질이 떨어지는 윈도 호환 기술 등 실로 목불인견(目不忍見)이었기 때문이다. - 사실 이 정도 수준이라면 와인에 비견할 수 없음은 물론이거니와, 네이티브니 하는 말놀음은 치워놓고, 차라리 맥 OS X이나 리눅스 위에서 VMWare를 돌리는 것이 몇만 배 더 뛰어난 '윈도 호환 기술' 같다.
하지만 이런 기술적 문제는 인터넷에서 이미 많이 활동중인 IT 전문 인력들에게 맡겨 두자. 이미 Hello World도 짤 줄 모르는 문외한이 된 내게 티맥스 윈도의 기술적 문제를 지적할 만한 전문 지식은 없다. 티맥스 윈도가 굳이 전문 지식이 없더라도 황당할 정도로 만듦새가 허술한 OS일지언정, 어쨌든 수많은 IT 전문 인력들이 이미 티맥스 윈도의 문제점 - 심지어, 진위 여부는 불확실하나, 저작권 위반의 의혹도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 을 성토하고 있다. 굳이 거기에 한 마디를 더 보탤 필요는 없어 보인다.
사실 기술적 문제를 차치물론하더라도 티맥스 윈도 발표회에는 정말이지 치명적인 문제가 있었다. (물론 이런 기술적 문제가 '차치물론'을 할 만큼 사소한 문제는 아니지만.) 무엇이 문제였나. 전 기획재정부 장관이자 현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 위원장으로서 누구보다도 정권 실세에 가까이 있다 할 인물, 그리고 실로 수많은 경제인구의 저주를 한 몸에 받고 있을 만한 그 인물 강만수의 축사가 바로 그 문제였다. 의도가 무엇이든, 그 축사가 시작된 순간 티맥스 윈도 9의 발표회장은 일종의 정치적 쇼로 탈바꿈한다.
윈도 XP를 그대로 베껴온 유저 인터페이스는 마땅히 짝퉁이란 비난을 먼저 받아야 함에도 불구하고 "윈도 XP에 익숙한 유저들을 위한 합리적 선택"으로 탈바꿈한다. 스타크래프트의 게임 리플레이를 엄청난 로딩 끝에 겨우 재생시켰을 뿐인데, 갑자기 언론에서는 스타크래프트같은 고사양 게임을 무리없이 돌리는 운영체제라고 선전한다. 참고로 스타크래프트는 펜티엄 90MHz, 무려 다섯 세대 전의 CPU를 탑재한 1994년산 컴퓨터에서도 돌아가는 전형적인 저사양 게임이다. 이런 게임을 기본 클럭이 2000MHz 이상일 코어 2 듀오에서 제대로 못 돌린 것이다. 호의적으로 볼 수 있을 리 없다. 윈도는 물론 맥 OS X, 리눅스와 100% 호환성을 이루겠다고 얘기하지만 정작 스타크래프트 리플레이를 겨우 돌린 것 외에 그 호환성을 시연해보이지는 않았다. 운영체제의 구조나 기술에 대한 설명은 전무하다. 개발자들이 티맥스 윈도 9용 프로그램을 어떻게 만들 수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그리고, 이 운영체제는 3개월 후 출시될 예정이다.
이처럼 언론을 통해 접할 수 있는 티맥스 윈도 9의 모습과 실제 시연회장에서 볼 수 있었던 티맥스 윈도 9 사이에는 너무나 큰 간극이 있다. 그리고 그 간극의 미싱 링크로 '강력히 의심되는' 조각이 바로 그 축사 속에 있다. 강만수 전 장관, 그리고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의 위원장.
티맥스 윈도 9 시연장에서 발표자는 MS 윈도와 오피스가 한국 시장을 독점한 현실을 지적하며, 티맥스 윈도가 30%의 점유율을 달성함으로써 2014년경 1인당 GDP 4만 5천 불 시대를 열 것이라고 얘기한다. 그렇다. 티맥스 윈도의 존재는 결국 그 한 마디로 집약된다. '국가경쟁력'. 국산 소프트웨어가 외산 소프트웨어를 우리 시장에서 몰아냄으로써, 혹은 최소한 그 점유율의 상당 부분을 빼앗아옴으로써 '국가경쟁력'을 높인다는 발상이다. 강만수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 위원장의 축사와 묘하게 겹쳐 보이는 부분이다. 티맥스 윈도 9이 '국가경쟁력'의 선봉에 선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 교수를 비롯해 많은 석학들이 이런 식의 '국가경쟁력' 개념이 무의미한 것임을 이미 지적했음을 여기서 굳이 꺼내 논쟁을 부추길 필요는 없을 것 같다. MS 윈도의 독점 체제를 흔든다는 것은 굳이 국가경쟁력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바람직한 얘기다. 하지만 어떻게 빼앗아온단 말인가? 윈도는 엄청나게 긴 시간동안, 엄청나게 많은 개발자들이 달라붙어 발전시켜온 운영체제의 최고봉이다. 반면 시연회장에서 선보인 티맥스 윈도 9의 완성도는 형편없었다. 게다가 어떤 구조로 만들어졌는지, 어떤 기술로 UI를 구현했으며 어떤 시스템을 사용하는지 설명조차 없었다. 코어 2 듀오 2000MHz CPU를 이용하고서도 펜티엄 90MHz에서도 돌아가던 게임을 못 돌리는 '윈도 호환성' 외에는, 티맥스 윈도 9 전용 프로그램으론 무엇이 있는지, 개발자들이 어떻게 티맥스 윈도 9에서 돌아가는 프로그램을 짤 수 있는지도 알 수가 없다. 이것을 운영체제로 봐 줘야 할지도 미심쩍을 지경이다. MS 윈도의 점유율을 30%나 빼앗아오겠다는 야심찬 청사진 외에, 당장 올해 말 발표될 윈도 7에 맞서 싸울 수 있는 티맥스 윈도 9의 무기는 무엇일까? 당장 맥 OS X이나 리눅스마저 윈도 7에 맞서 싸우기 버거워하고 있는 차에 티맥스 윈도 9이 정말 윈도 7의 점유율을 빼앗아올 수 있단 말인가?
여기서 다시금 보이는 것은 '국가경쟁력'의 망령이다. 좀 더 정확히는 황 모 씨의 망령이 보이지만, 그 지지자들의 항의가 무서우니 여기서 실명을 거론하는 건 좀 참아야겠다. 물론 - 국가경쟁력 대신 좀 다른 단어를 썼으면 하는 바람은 있지만, 어쨌든 우리나라에서 좋은 기술이 나오고 선진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것은 좋은 일이다. 하지만 거기서 중요한 것은 '국가경쟁력을 키우고 싶다'는 희망사항이 아니라 '국가경쟁력을 어떻게 키울 수 있을 것인가' 하는 문제다. 티맥스 윈도 9을 이용해 국가경쟁력을 키우고 싶다는 희망사항을 얘기할 게 아니라, 티맥스 윈도 9에 어떤 무기를 탑재해 윈도 7의 점유율을 빼앗을 수 있는지에 대한 얘기를 좀 제대로 했어야 했다.
게다가 그 문제는 사실 기업이 걱정할 문제가 아니기도 하다. 티맥스 윈도 9이 정녕 - 최소한 '가격대 성능비'에서라도 윈도 7과 싸워 볼 만한 운영체제라면, 그 이후에 그 소프트웨어를 가지고 어떻게 국가경쟁력을 강화할 것인가 하는 문제는 정부와 시민들이 고민해도 충분할 문제다. 기업이 기술을 만들기 전에 미리 국가경쟁력에 1인당 GDP부터 걱정할 필요는 정말이지 전혀 없다. 기술을 정말 잘 뽑아낸다면, 기업은 이윤을 많이 얻을 수 있을 것이다. 1인당 GDP 따위는 그러고 나면 마땅히 따라올 문제일 뿐이다. 만일 잘 뽑혀나온 기술이 없는데도 국가경쟁력 강화 따위의 청사진부터 들이댄다면, 우리는 그 청사진을 애국심의 발로로서 호의적으로 받아들여야 하는가, 아니면 정치꾼의 지저분한 마케팅으로 받아들여야 하는가? 기업의 최대 목적이 이윤 추구임을 생각해볼 때 그 답은 극명하다.
물론 이마저도 '국가경쟁력'이란 개념을 최대한 호의적으로 해석할 때 나오는 결론이긴 하지만 말이다. 사실 황 사태에서 볼 수 있었듯이, 이 국가경쟁력이란 개념은 호의적으로 해석하기 어려운 뜬구름 잡는 얘기에 가까워 보인다. 이 관점을 채택할 경우, 강만수 국가경쟁력강화위원장의 축사와 연단에 선 온갖 정치인들의 모습은 신성한 애국심을 상업에 써먹는 실로 가장 지저분한 마케팅으로 읽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1줄 요약
국가경쟁력 강화니 뭐니 하는 희망찬 청사진을 제시하려면 마땅히 이를 실현할 만한 도구부터 보여줘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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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맥스 OS 발표회와 트위터 본인확인제 검토
Shawn's Story 에서 트랙백 | 2009/07/08 16:27 | 지우기 |
오늘 트위터를 뜨겁게 달군 사건이 두 가지 있었습니다. 하나는 IT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었던 Tmax OS 발표회이고 다른 하나는 방통위에서 트위터에 본인확인제를 검토하겠다는 소식입니다. 1. Tmax OS 발표회 "사기다", "제 2의 황우석 사건이다" 등등의 우려를 낳던 Tmax OS 와 오피스 발표회가 동영상 생중계까지 하며 성대하게(?) 개최되었습니다. 전체적으로 전혀 균형이 잡히지 않은 행사라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세탁소 아드님 (우리 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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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z의 생각
keizie's me2DAY 에서 트랙백 | 2009/07/08 16:39 | 지우기 |
몰랐네요. 티맥스 행사에 강만수가 축사를 했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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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맥스 데이 2009 참석 후기 - 기대 이상
랜덤여신의 폐인모드 에서 트랙백 | 2009/07/08 18:49 | 지우기 |
티맥스 데이 2009에 다녀왔습니다. 티맥스 윈도를 처음 공개한다고 해서 많은 사람이 왔습니다. 회장 안은 물론이고, 바깥에 설치된 스크린에까지 사람들이 앉거나 서서 보았습니다. 제가 일찍 도착한 편이라고 생각했는데, 이미 사람이 상당히 와 있어서 하마터면 의자에 못 앉을 뻔했습니다. 오랜 설명이 끝나고 티맥스 윈도를 시연했습니다. 그 다음으로 티맥스 오피스와 티맥스 스카우터를 보여주었지요. 여기에 대한 저의 감상은 한 마디로 '기대 이상'이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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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맥스 윈도우와 스타크래프트가 닮은점!
Auxo의 마이크로트렌드 에서 트랙백 | 2009/07/09 20:32 | 지우기 |
티맥스 윈도우와 스타크래프트가 닮은점! 티맥스 윈도우9이라는 국산 토종 OS가 나왔네요. 웹상에 여러 의견들이 많지만저는 온전히 박수를 쳐주고 싶은 입장입니다. 이유인즉 순수 국내 기술력으로 개발된 OS란점에서 우선 큰 박수를 보내고 싶고 두번째로는티맥스 윈도우가 양산되더라도 이미 선점된 마이크

빌게이츠한테 초대장 날린건 무슨 퍼포먼스인지...-_-;;
초대장을 날림으로써 '빌게이츠'를 언급할수 있는거죠. 다른목적은 필요없습니다.
정답. 언급한다는 것 자체가 목적이지요.
새마을운동 수준의 국가경쟁력 타령은 이제 그만 해 주면 고맙겠습니다.
개발자를 언급한 시점에서 감정이 폭발하여 블로그에 마구잡이로 포스팅을 해버리긴 했지만,
국가경쟁력을 보는 시점에서도 이렇게 비판할 수 있군요. 새로운 시점을 보여주셔서 감사합니다.
다만 자꾸 비판할 수 있는 시점이 늘어만 가는게 아쉽기만 합니다. 좀 칭찬할 수 있는 구석이 보여야 할텐데 보이질 않네요
티맥스에서 일하는 지인들이 걱정되는군 ㅋㅋ
티맥스라하면 밤낮을 가리지 않는 일정으로 유명한 곳인데 말이지.
그 많은 인력들 모아놓고 빡시게 굴리고 세금들여서 만든게 고작 이거라니.
딱 포샵질 할때부터 알아봤지 ㅋㅋ
사장이 말한 내용 꼬라지도 그렇고 만수형이 화룡점정 하는구나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