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의 노래 - 소녀시대, 2NE1, 문희준, Jay-Z
음악/이달의 노래 | 2009/07/11 13:28
6월에는 노래를 거의 듣지 못했다. 이런 리스트가 되어 버린 건 그 탓이다. Jay-Z를 굳이 끼워넣은 건 솔까말 조금 민망해서였다.
소녀시대
소원을 말해봐
외모만 가지고 따지자면 소녀시대는 단연코 오늘날 여성 아이돌 그룹의 에이스다. 반면 <Gee> 정도를 제외하면 노래를 잘 뽑아낸다고 보기는 어려운 그룹이 또 이 소녀시대다. <소원을 말해봐>는 안타깝게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 안 좋은 건 아니다. 하지만 이 노래는 한국 대중음악이 가질 수 있는 모든 악덕을 전부 가졌다. 우선, 외국곡이다. 아무리 세계화 시대라지만 '문화'만은 그 세계화에 쉽게 함몰될 수 없는 것인데, sm은 너무 쉽게 외국곡을 사온다. 시쳇말로 안전빵인데, 이런 행태는 사실 '우리'의 대중문화가 아닌 것은 물론이고 '우리'의 대중문화를 발전시키는데도 전혀 도움이 안 된다. 게다가 사운드도 별로다. 노골적으로 심심하다. 무엇보다도 보아(BoA)를 닮은 바이브레이션과 재미없는 미성으로 가득찬 소녀시대의 보컬은 이 멜로디의 매력을 지하세계의 켈베로스조차 듣다 잠이나 잘 정도로 끔찍하게 추락시킨다. 태연이나 제시카, 티파니처럼 괜찮은 재능을 가진 멤버들조차 이 무미건조함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무리했다. 소녀시대에게 어울리는 노래는 <Gee>같은 깔끔한 노래지 <소원을 말해봐> 같은 기교가 필요한 곡이 아니다. 사랑할 수밖에 없는 소녀들의, 미워할 수밖에 없는 노래다.
2NE1
I Don't Care
일전에 2NE1에 대해, "빅뱅의 후광은 불타오르지만, 그 자신이 그렇게 불타오를 재능이 있는지는 증명되지 못했다"고 했었는데, 사실 그 평가는 지금도 그대로다. 봄톡스라는 별명까지 얻은 박봄의 보컬은 여전히 그 진짜 재능을 제대로 드러내지 못하고 있다. 소녀시대를 올킬할 정도의 외모를 가졌다는 '설'이 있는 산다라 박이 있지만, 아무리 양보해도 CL이나 공민지를 예쁘다고 말해 줄 수는 없다. 춤도 잘 추고 무대를 휘어잡는 끼도 있지만, CL이나 공민지의 랩은 '여자 래퍼'의 한계를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것 같아 듣기 불편하다. 하지만 그 자신의 재능이 아직 '불타오르지' 못하고 있다 해도 상관없다. 2NE1의 뒤에는 테디와 쿠쉬가 있다. 반면 소녀시대의 뒤에는 유영진이 있다. 소녀시대와 2NE1을 구분짓는 가장 중요한 포인트다. 2NE1이 <I Don't Care>를 부르는 동안 소녀시대는 <소원을 말해봐>나 불러야 한다. 이건 생각보다 큰 차이다. 적어도 그들의 음악적 성취에 있어서는. (정확히는 7월 1일 발표된 노래이지만, 소녀시대와의 비교를 위해 굳이 이 자리에 끼워넣었다.)
문희준
Toy
악플러들에 대한 관대한 태도로 문보살이란 별칭을 얻었으나 그게 음악에 대한 평가마저 바꿀 수는 없다. 미디어를 통해 만나볼 수 있는 문희준은 정말이지 호감을 가지지 않을 수 없는 사람이다. 그러나 문희준의 솔로곡은, 정말이지 안타깝게도, 시쳇말로 '구리다'. 고래로부터 늘 그러했다. 이번 노래도 다르지 않다. 역시나 '구리다'. 이 노래가 록의 외피를 뒤집어쓰고 있을 이유는 없다. 뜬금없는 비장감과 무게감은 부담스럽다. 그렇다고 해서 이 노래의 가치가 없는 것은 아니다. 이 노래의 가장 큰 가치는 바로 '느린 진보'다. 문희준은 재능이 돋보이는 음악인은 아니다. 그러나 이 노래는 분명 '아낌없이 주는 나무'나 'G 선상의 아리아'보다 확연히 진보했다. (물론 그 두 노래가 워낙 아니긴 했다.) 박하게 평가하더라도, 인디 비쥬얼 록 밴드들의 노래보다는 훨씬 듣기가 좋은 것 같다. 어깨에 조금만 더 힘을 뺐으면 좋겠다. 쓸데없는 작가주의를 벗어내고 기초부터 차근차근 정진할 자세만 되어 있다면, 과거 은지원이 그랬듯이, 록 씬의 한 자리에 그 이름을 올릴 수 있을 것 같다.
Jay-Z
D.O.A.
블루프린트는 힙합의 한 시대를 상징하는 아이콘이었다. 블루프린트 3이 나온다는 얘기가 사람들을 열광시키는 것 또한 당연한 일일 것이다. 그 선행 싱글 <D.O.A.>는 '오토튠의 죽음'이라는 뜻인데, 이 대단한 힙합 음악인이 오토튠의 죽음(Death Of Auto-Tune)을 노래하는 방법은 무척이나 간단하다. 오토튠을 쓰지 않는 것이다. 오토튠이 사라진 자리에 끼어든 것은 (이제는 고전적인 느낌마저 풍기는) 전자 기타 소리와 드럼의 적절한 변박이다. 오토튠에 비하면 확실히 조미료가 없는 담백한 맛, 재료 그 자체의 풍성함이 그대로 드러나는 레시피다. 이 노래를 전작 <808s & Heartbreaks>에서 오토튠 떡칠의 진수를 보여주었던 Kanye West와 함께 만들었다는 사실은 참 재미있는 가십거리인 듯.
나는 오토튠에 그리 적대적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는데, (오토튠으로 떡칠을 한 Love Lockdown 같은 노래도 무척 좋아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르 불문하고, 어울리지도 않는 데 끼어드는 요즘의 '유행'에는 확실히 문제가 있는 것 같다. 어디서나 문제는 과용이라는 것. 어쨌거나, 그래서 이 노래는 어떻냐고 묻는다면? 그 Jay-Z가 새로운 블루프린트에 선행해 던져놓은 싱글인데 굳이 무슨 평이 필요할까? 힙합을 사랑한다면 누구나 듣지 않을 수 없을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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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데없는 작가주의..ㅋㅋ 우습네요
'소원을 말해봐'는, 뭐랄까, 원곡을 안들어봐서 원래 느낌이 어땠는지는 모르겠지만 소녀시대가 아니라 다른 보컬이 불렀다면 훨씬 낫지 않았을까 싶더라구요. 엊그제 '소원을 말해봐'가 순위 차트에서 1위를 했다고 하는데 요즘은 음악 순위 차트가 외모 순위 차트로 변해버렸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드네요. 사실 요즘 소녀시대 인기라면 무슨 노래를 얹어줘도 컨셉만 적당히 맞춰주면 1위 안하기가 더 힘들듯;
산다라 박이 소녀시대를 올킬한다는건 좀 오바같음. 아무리 봐도 올킬할 페이스는 아닌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