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스티즈 폐쇄 사태 - 거대 커뮤니티의 방향
무거운 이야기/IT | 2009/07/26 17:18
'베스티즈'는 하루 유동인구가 10만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는 거대 인터넷 커뮤니티였다. 올라오는 글이라는 게 사실 연예인들의 영상이나 신변잡기 따위에 대한 것이 대부분이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엄청난 규모의 아이돌 팬덤이 상주하고 있었기 때문에 연예계의 최신 동향을 살펴보는데는 이만큼 훌륭한 사이트가 없었다. 사실상 대부분의 글이 명백히 저작권을 침해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이 사이트가 법적 공방 없이 유지될 수 있었던 까닭은, 연예인들이 저작권을 침해당해 받는 불이익보다 홍보로 얻는 이익이 압도적으로 컸기 때문이었던 것으로 추측된다. 일종의 공생 관계를 형성한 것이다.
사실 커뮤니티라는 것은 무서운 것이다. 몇 명만 모여도 이미 그 모임은 개개인이 제어할 수 없는 일종의 생명체처럼 움직이게 된다. 심지어 그 모임에 있는 개개인이 대부분 원치 않는 일인데도, '모임'의 어떤 알 수 없는 힘으로 인해 무언가 일이 진행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무려 10만 명이 모인 '베스티즈' 같은 사이트는 더 말할 필요도 없어서, 이런 대규모의 모임을 어떤 개인이 제어하고, 원하는대로 이끌어 간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런 모임은 10만 명이 만들어가는 어떤 보이지 않는 힘에 의해, 그 '모임' 자체가 가진 벡터에 의해 자유분방하게 움직인다. 따라서 이런 거대 커뮤니티를 '어떻게 운영할 것인가'하는 문제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그 '벡터를 거스르지 않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베스티즈'는 운영자가 몇 가지 운영상의 규칙을 독단적으로 바꾸었다가 몇몇 오피니언 리더들의 강력한 반발에 부딪혔고, 결국 운영자가 모임을 폐쇄하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이에 구성원들은 '모스티즈'라는 유사 사이트를 만들어 모임을 재건하였으나, 역시 마찬가지로 운영상의 규칙을 변경하는 과정에서 구성원들 사이의 불화가 생겨 수 일만에 폐쇄의 길을 걷는다. 이는 단순히 운영자와 몇몇 구성원의 성격 문제로 치부할 수도 있겠지만(사실 이 쪽이 더 설득력있는 설명이긴 하다), 사실은 무척 흥미로운 시사점을 던져주는 사건이었다. 때로는 운영자 개인이, 때로는 몇몇 구성원들이 '이성적으로 생각하기에' 올바른 방향으로 모임을 이끌어보려다가 결국 모임 그 자체가 가진 벡터에 부딪혀 좌초되었다는 점이다. 이 충돌은 결국 커뮤니티 자체를 난파선으로 만들기에 이르렀다.
생각하기에, 이런 모임을 이끌어나가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결국 무위이화(無爲而化)가 아닌가 한다. 물론 철저히 무위이화를 따르는 것은 다소 극단적이고, 정확히 얘기해 최소한의 울타리만 있으면 족하다는 것이다. 운영자의 이름은 보이지 않을수록 이상적이고, 오피니언 리더가 없는 편이 여러 의견이 나오는데는 훨씬 유익하다. 현존하는 규칙은 누가 정한 것인지도 모를 정도로 오래된 것일 수록 좋고, 신설되는 규칙은 현재 모임의 벡터에 그대로 편승하는 것일수록 좋다. 베스티즈의 경우를 예로 들어, 어떤 게시판에 정치 관련 글이 올라오는 것이 자연스럽게 여겨지는 반면 특정 연예인을 찬양하는 어조의 글을 올리는 것이 부자연스럽게 여겨져 왔다면 딱 그대로 규칙을 정해놓으면 된다는 것이다. 만일 특정 연예인을 찬양하는 어조의 글도 올라오게끔 만들고 싶다면, 그 게시판의 성격을 바꿀 게 아니라 그런 용도의 게시판을 따로 만들면 그만이다. 벡터에 대항할 필요가 없다.
사실 좀 더 개인적인 의견을 말하라면 이 정도 규모의 커뮤니티라면 기업화가 필연적이라고 보는데, '돈'이 책임감을 갖게 만드는 도구로 활용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돈에 대한 욕심은 커뮤니티를 효율적으로 유지하게끔 하는 유인이 되는 것은 물론, 돈을 지불한 '고객'들에 대한 책임감을 갖게 만든다. 똑같이 구성원들에게 돈을 걷거나 웹사이트에 광고를 걸더라도 거기에 '운영을 위한 지원금'이라거나 '후원금'이란 애매한 이름만은 붙이지 말아야 한다. 이는 운영자와 구성원 사이에 인식의 괴리를 불러올 뿐이다. 운영자는 단순히 운영 뿐 아니라 본인의 노동과 서비스에 대한 대가를 지불받아야 하고, 대신 그 커뮤니티의 '주인'이 운영자가 아니라 구성원 전부라는 것을 확실히 해야 할 것이다.
대표적인 '기업형' 커뮤니티인 디시인사이드는 김유식 씨를 비롯한 운영진을 무시할대로 무시하지만, 그 내부의 '찌질함'에도 불구하고 커뮤니티 그 자체로서는 무척 안정적으로 돌아간다. 심지어 그 내부에서 '전쟁'이 일어나고 서로를 무시하며 싸우는데, 그 자체조차도 그 커뮤니티의 특징으로 체화시켜 즐기고 재미있어한다. 그 안에서 오고가는 욕설과 명예 훼손 등은 물론 어디서도 본받아서는 안 될 일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것들을 '사소한 문제'로 치부할 정도로 무척 모범적인 모습이라고 생각한다. 커뮤니티 그 자체가 커뮤니티의 주인이 되고, 그 안에서 자생적으로 발생한 문화에 대해 '운영자'는 칼을 대지 않으며, 구성원은 이 커뮤니티를 '이렇게 운영해야 한다'며 훈수하지 않는다. 벌어진 판에서 놀 뿐이다.
함부로 '이성'이 날뛰지 못하는 이 곳이야말로, 정말 훌륭한 커뮤니티 아닌가?
1줄 요약
커뮤니티를 이끌어가는 것은 운영자나 몇몇 오피니언 리더 따위가 아니라, 커뮤니티 그 자체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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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내용에 전체적으로 동감이 갑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동호회 운영에 많은 도움이 되겠네요 ^^
한때 작은 카페를 운영햇던 입장에서
공감가고 또 깨닮는 부분이 많네요 좋은글 읽고 갑니다
예전에도 군대간 여친들을 위한 커뮤니티를 운영한 적이 있었는데,
그때 생각이 많이 나네요. 사실 그 최소한의 울타리라는 걸 치는 것 조차도 많은 고민과 번뇌이 필요하지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
우와~ 멋진 글입니다..
잘 읽고 갑니다.^^
좋은 내용 많은 참고가 되었습니다.~
운영자가 사과공지 올렸군요.
멋진 표현으로 정답에 가장 근접한 답을 주신 것 같습니다. 훌륭한 문장력입니다. RSS feed 추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