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차 사태 - 자신들만의 문제, 우리 모두의 문제
무거운 이야기/경제 | 2009/07/27 17:45
쌍용차 노조의 공장 점거가 장기화되고 있다. 최악의 사태로 치달을 가능성만 점점 높아져간다. 그 와중에 이영희 노동부 장관이 한 마디 했다. "오로지 자신들만의 문제를 가지고 회사가 파산하든 어떻게 하든 끝까지 가려는 자세는 대단히 잘못됐다"고. 참 대단한 어르신이다. (관련기사 읽기)
사실 개인적으로도 이런 사태가 장기화되는 것은 좋지 않다고 본다. 어디에도 못 갖다붙일 싸구려 양비론이라 한들 극단적인 폭력 투쟁으로 이어지는 것도 환영하고 싶지 않다. 여론의 지지를 얻을 수 없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민주주의의 철학에도 맞지 않다고 생각한다. 뿐만 아니라 신자유주의라는 이름의 유령이 배회하는 오늘날의 대한민국에서 정리해고를 아예 거부한다는 건 실질적으로 불가능하단 생각도 있다. 자동차라는 게 푼돈으로 어쩔 수 있는 물건이 아니니만큼 회사가 끝내 정상화에 실패했을 때 고객들이 받을 피해도 생각할 필요가 있다. (다만 '국가경제' 놀음은 그리 타당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사실 이런 건 피상적인 얘기고, 노동부 장관이라면 좀 더 문제의 핵심에 접근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이명박 대통령은 물론이고 이 정부의 고위 공직자들, 한나라당의 사람들은 '노동의 유연화'를 소리 높여 부르짖는다. 노동을 유연하게 한다는 건 결국 기업으로 하여금 노동자를 고용하고 해고하는 것을 자유롭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나름대로의 근거가 있는데, 이를 단순히 도식화하면 대충 다음과 같다.
노동자 티파니 씨가 A 기업에서 실적을 못 냈다는 이유로 해고되었다. A 기업은 대신 갓 대학을 졸업한 손가인 씨를 고용했는데, 손가인 씨가 일을 잘 해 기업에 큰 도움이 되었다. 한편 티파니 씨는 해고당한 후 심기일전하고 자기 계발에 힘쓴 결과 다시 B 기업에 취직, 이전보다 더 높은 실적을 낼 수 있게 되었고 더 좋은 대우를 받게 되었다. 누이 좋고 매부 좋고 아 아름다워라.
그런데 정말 그런가? 해고당한 티파니 씨는 정말 심기일전, 자기 계발에 힘써 B 기업에 재취직할 수 있는가? 그렇지가 않다. 좀 더 현실적인 시나리오라면 다음과 같이 진행될 것이다.
티파니 씨는 재취직을 시도했지만 새로운 기업에 취직한다는 것은 쉽지 않았다. A 기업에서 십 수 년간 일한 티파니 씨는 야근과 격무에 시달리면서 자기 계발을 할 짬을 내지 못했고, A 기업의 관료제에
완전히 적응되어 그 기업의 '부품' 처럼 이용당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십 수 년의 경력에도 불구하고 티파니 씨는 전혀 다른 환경인 B 기업에서
일할 만한 노동생산성을 갖출 수가 없었다. 결국 티파니 씨는 재취직에 실패하고 퇴직금으로 치킨집을 열었다. 한 동네에 이미 치킨집이 세 개나 있었지만 어쩔 수가 없었다. (티파니 씨는 훗날 폐암으로 유명을 달리하게 된다. 튀김 요리를 하는 주방에서 나오는 연기는 폐암의 주범입니다. 이거슨 의학 캠페인.)
실제로 과거 영국의 수상 대처(Thatcher)는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강력한 긴축 정책을 폈는데, 그 반대급부로 실업률이 굉장히 높아졌다. 이론상 이 실업률은 일시적인 조정 후 이전 수준으로 돌아가야 했지만 실제로는 그렇지가 못했다고 한다. 이는 티파니 씨의 사례처럼 해고된 노동자는 다시 재취직을 할 수 있을 만한 노동생산성을 확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노동 유연화가 결국 기업에게도 좋고 노동자에게도 좋다'는 식의 생각은 현실 세계는 물론 교과서에서조차 잘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정리해고 이후의 미래가 없다'. 이것은 이영희 노동부 장관의 생각처럼 이 문제가 '쌍용차 노동자들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뜻이다. 노동 유연화든 정리해고든, 기업이 어쨌든 노동자 해고를 밀어붙이려 하고 있는데, 정부는 그 노동자의 해고를 부추기고 장려하고 있기만 하면 소임을 다 한 것이 되는가? 경찰을 투입해서 일단 지금 벌어진 상황만 정리하면 - 일단 시끄럽지는 않으니 일이 다 끝난 것인가? 웃기는 소리다.
제대로 된 행정부라면 당연히 그 이후를 생각해야 한다. 실업은 발생한다. 회사를 살리려면 어쩔 수가 없다고 한다. 그렇다면 좋다. 그렇게 발생한 실업을 어떻게 다시 없앨 것인가? 이것이 행정부, 특히 노동부가 고민해야 할 문제란 것이다. 이건 우리 모두의 문제다.
쌍용차에서 결국 정리해고를 당한 티파니 씨가, 치킨집을 여는 대신 최대한 빨리 노동생산성을 확보하여 다시 재취직할 수 있게 만들어줘야 한다. 그런데 이건 말처럼 쉽지가 않다. 시간때우기식 교육이나 몇 시간 해 주고 마는 등 지극히 피상적인 대책이 세워질 확률이 높다. 근본적인 문제로 따지고 들어가야 한다. 예를 들어, 한국 기업은 야근에 잔업을 밥먹듯 하는 고질적 병폐를 가지고 있다. 이는 노동생산성을 하락시키는 아주 대표적인 요인이다. 이런 것들이 결국 티파니 씨가 다시 다른 회사에 재취직하기 어렵게 만드는 큰 장벽이 된다. 수 십 년씩 축적된 모순이기 때문에 수박 겉햝기같은 대책으로는 해결할 수가 없다. 그렇게 수 십 년동안 모순을 축적해 온 것이 바로 기업이고, 그것을 방관해 온 것이 바로 행정부다.
그런데 그 책임부처의 장이라는 사람이 거만하게 턱이나 들고 앉아서 '자신들만의 문제로 끝까지 가려 하는 자세이며 대단히 잘못되었다'니. 감히 소리치건데, 모두가 쌍용차 노조를 비난하더라도, 당신만은 그럴 자격이 없지 않은가. 다시 생각한다. 참 대단한 어르신이다. 과연 그 대통령에 그 수하다.
사족
사실 관련기사에는 이 문제를 '이데올로기 싸움'으로 몰고가려는, 좀 저열한 듯한 발언도 있다. 하지만 거기까지 얘기하다가는 글이 너무 길어지고 정신없어질 것 같다. 반 자본주의라, 이건 무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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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자본주의라는건 무엇을 근거로 말씀하신 걸까요, 기자분이 쓰시질 않은건지 장관님께서 말을 안하신건지.. 근거조차 등장하지 않은 주장을 어떻게 생각하라는건지 궁금해지는군요. 제가 뭔가 잘못 알고 있는건가요?
그걸 떠나서 이 나라 정부에 있으신 분들이나 국회에 있으신 다수의 분들이나.. 더 이상 말하기가 싫어진다는건 이럴때 쓰는 건가봅니다.
아 저 예시글 재밌당.. 치킨집 사장 티파니.
꼭 회사가 어려우면 사원들이 희생되더라.
같은 실업자가 되더라도 간부급이 훨씬 오래 잘~ 버티고 인원당 효율도 높은데 ㅎ
게다가 참 정리해고도 쉽게 쉽게 하는 듯.
머리 숙여 사죄해도 모자른 판에 경찰동원해서 밀어버리는 것도 당연한 듯이 하고.
저런 놈이 노동부장관이니 기업이 얼마나 좋아하겠어. 역시 이명박은 참 기업한테 잘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