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그룹 전쟁 - 소녀시대, 2NE1, 브라운아이드걸스, 카라
음악/자세히 보기 | 2009/08/01 00:20
Brown Eyed Girls
Abracadabra
곡의 도입에서부터 시작해 노래 전반을 지배하는 비트 자체는 심심하고, 좀 더 노골적으로 말하면 식상한 느낌마저 든다. 첫인상이 그리 좋지 않다. 그러나 그 나쁜 인상은 정말이지 순식간에 지워진다. 좋은 멜로디가 그 심심함을 상쇄하고도 남는데다, 사운드의 전반적인 질감도 무척 세련되었다. 거기에 더해 여기저기 사소한 장치들이 모두 노래의 완성도를 흐트러트리지 않는 선에서 짜임새있게 배치되어 있어 감탄을 불러일으킨다. 보컬에 덧입힌 기계음도 그리 과하게 느껴지지 않으며, 보컬도 적어도 평타는 친다. 소녀시대의 <Gee> <소원을 말해봐>나 2NE1의 <I Don't Care> 등, 올 상반기 나왔던 비슷한 성격의 다른 그룹들에 비해 확실히 주목할 만한 노래를 내놓았다는 느낌이다. 소녀시대를 순식간에 동요시대로 만들어버리고, CL의 끼를 고등학생 학예회로 내려보내는 화려한 퍼포먼스 또한 두 말 할 필요가 없다. 손가인 독무는, 정말 '쩐다'. 얼굴만 좀 더 예뻤더라면 정말 본좌 소리를 들었을 것을.
문제는 앨범이다. <Abracadabra>와 다른 노래들 사이의 차이가 너무 극명하다. <Abracadabra>만 돋보인다. 특히 앨범 후반부는 뜬금없기까지 하다. 대중과 코드를 맞추려는 무리한 시도의 결과로 보이는데, <Abracadabra>가 지금 일으키고 있는 폭발적인 반응을 보면 기획자도 "괜한 짓을 했다"는 생각을 할지도 모르겠다.
Kara
Wanna
첫인상이 무척 좋다. 도입부부터 인상적인 비트가 사람의 귀를 확 잡아끈다. "I just wanna think about..." 하는 가사가 반복되는 훅(Hook) 부분까지도 꽤나 마음에 든다. 그런데 그 직후 한승연의 보컬이 나오는 순간부터 그 좋았던 인상이 무너진다. 문제는 그나마 한승연의 보컬이 그나마 이 그룹에서 가장 안정적인 보컬이라는 점이다. 보컬의 문제만은 아니고, 사실 듣는 순간 트로트를 연상케 하는 멜로디부터 문제가 있는 것 같다. 훅(Hook)은 너무 노골적으로 반복된다. 후크송, 후크송 하는 세간의 문제제기를 몹시 불편하게 생각했지만(아니, 훅이 좋은 게 왜 욕을 먹을 일이란 말인가) 이쯤 되면 정말 후크송이라고 불러도 할 말이 없을 것 같긴 하다.
하지만 귀염둥이 듣보를 떠올리며 참고 듣는다. 귀를 사로잡았던 비트를 다시 듣기 위해 노래를 되감아 한 번 더 듣는다. 듣다보니 그 트로트 삘 나는 멜로디가 자꾸 내 머리에 박힌다. 이윽고 다음날 출근길에 나는 "뭐 이따위야"하며 노골적으로 싫어했던 그 멜로디를 나도 모르게 흥얼거리고 만다. 이런 훅으로 사람을 낚다니, 하면서 화를 내 보려고 해도, 훅보다 비트에 먼저 매료된 이상 그럴 수도 없는 노릇이고, 실로 신비한 노래다. 좋은 비트와 노골적인 훅의 반복이라는 두 가지 무기가 과연 사람들에게 통할지가 브아걸과의 대전에서 포인트가 될 것 같다.
소녀시대
소원을 말해봐
외모만 가지고 따지자면 소녀시대는 단연코 오늘날 여성 아이돌 그룹의 에이스다. 반면 <Gee> 정도를 제외하면 노래를 잘 뽑아낸다고 보기는 어려운 그룹이 또 이 소녀시대다. <Gee>의 후속곡인 <소원을 말해봐>는 안타깝게도 <Gee>의 후계자로는 어울리지 않는다. 안 좋은 건 아니다. 하지만 이 노래는 한국 대중음악이 가질 수 있는 모든 악덕을 전부 가졌다. 우선, 외국곡이다. 아무리 세계화 시대라지만 '문화'만은 그 세계화에 쉽게 함몰될 수 없는 것인데, sm은 너무 쉽게 외국곡을 사온다. 시쳇말로 안전빵인데, 이런 행태는 사실 '우리'의 대중문화가 아닌 것은 물론이고 '우리'의 대중문화를 발전시키는데도 별 도움이 안 된다. 게다가 사운드도 그다지 좋은 점수를 주고 싶지가 않다. 그럭저럭 잘뽑혀 나왔지만, 노골적으로 심심한 느낌이다.
무엇보다도 이 노래의 매력을 저하시키는 건 보아(BoA)를 닮은 바이브레이션과 재미없는 미성으로 가득찬 소녀시대의 보컬이다. 멜로디의 매력을 지하세계의 켈베로스조차 듣다 잠이나 잘 정도로 끔찍하게 추락시킨다. 태연이나 제시카, 티파니처럼 괜찮은 재능을 가진 멤버들조차 이 무미건조함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무리했다. 소녀시대에게 어울리는 노래는 <Gee>같은 깔끔한 노래지 <소원을 말해봐> 같은 기교가 필요한 곡이 아니다. 사랑할 수밖에 없는 소녀들의, 미워할 수밖에 없는 노래다.
2NE1
I Don't Care
일전에 2NE1에 대해, "빅뱅의 후광은 불타오르지만, 그 자신이 그렇게 불타오를 재능이 있는지는 증명되지 못했다"고 했었는데, 사실 그 평가는 지금도 그대로다. 봄톡스라는 별명까지 얻은 박봄의 보컬은 여전히 그 진짜 재능을 제대로 드러내지 못하고 있다. 소녀시대를 올킬할 정도의 외모를 가졌다는 '설'이 있는 산다라 박이 있지만, 아무리 양보해도 CL이나 공민지를 예쁘다고 말해 줄 수는 없다. 춤도 잘 추고 무대를 휘어잡는 끼도 있지만, CL이나 공민지의 랩은 '여자 래퍼'의 한계를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것 같아 듣기 불편하다. 하지만 그 자신의 재능이 아직 '불타오르지' 못하고 있다 해도 상관없다. 2NE1의 뒤에는 테디와 쿠쉬가 있다. 반면 소녀시대의 뒤에는 유영진이 있다. 소녀시대와 2NE1을 구분짓는 가장 중요한 포인트다. 2NE1이 <I Don't Care>를 부르는 동안 소녀시대는 <소원을 말해봐>나 불러야 한다. 이건 생각보다 큰 차이다. 적어도 그들의 음악적 성취에 있어서는.
1줄 사족
소녀시대와 2NE1 부분은 '6월의 노래'란 제목의 글에서 두 팀의 신곡을 평했던 것을 다시 실은 것입니다.
ⓣ http://yeinz.kr/blog/trackback/531 (주소를 클릭하면 클립보드로 복사됩니다.)

확실히 아브라카다브라는 자꾸 듣게 되더라. 가사도 뮤비도 잘 떨어지고
손가인은 본좌급은 아니더라도 이미 여신급으로 떠오르고 있지 않나 ㅎㅎ
그리고 i don't care는 난 왠지 lady gaga의 eh를 떠올리게 돼서 좀 그렇더라고
내 비록 다만세부터 소시빠지만 이번 노래가 가장 파괴력이 떨어지는 것 같아 아쉽구려
너의 이야기에 공감 백배
이 리뷰 뭔가 공감 100%인데요?;; 1집만이 진리라고 생각했던 브아걸의 이번 앨범은 정말 2NE1을 애들장난으로 만들어버리는 포스가 느껴진다능;
손가인.... 진짜 쩔더라... 군계일학이더라... 허허..
미친 새끼
나의 소녀시대 까지 말라는. 까면 사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