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의 노래 - Regina Spektor, Shakira, Arctic Monkeys
음악/이달의 노래 | 2009/08/04 23:26
Regina Spektor
Two Birds
박카스 광고의 배경음악으로 쓰인 아주 짧은 멜로디만으로 사람을 완전히 반하게 만든 그녀다. 하지만 그녀가 수십 곡, 수백 곡을 내놓더라도 <On the Radio>가 재현될 수는 없다. 뉜들 모르겠느냐마는 그녀의 신보 <Far>를 들으며 나는 줄곧 <On the Radio>의 재현을 기다렸다. 두세 번을 반복해 들은 뒤에야 나는 그 지독한 망령에서 벗어난다. 한 곡 한 곡의 매력이 그제서야 와닿는다. 비록 <On the Radio>에 미치지는 못할지라도. <Eet> 같은 노래는 한 앨범의 대표곡으로도 손색이 없다.
앨범의 여덟 번째 트랙인 <Two Birds>는 작법이나 기교, 가사 등이 특별히 돋보이는 노래는 아니고, 오히려 어떤 면에서는 무척 뻔한 구성의 노래다. 하지만 딱 '내 취향'. 정말 노골적으로 내게 '힘내'라고 말해주지만, 묘하게 씁쓸하고 회한마저 느껴지는 마이너한 감성의 희망가(?)다. 이런 노래는 정말 언제 들어도 무척 좋다.
Shakira
She Wolf
정말 오랜만에 돌아온 Shakira의 신보 <She Wolf>(TBA)의 선행 싱글. 전작 <Hips Don't Lie>가 워낙에 훌륭하고 매력적이었던 탓인가, 처음 듣는 순간 와닿는 매력은 확실히 좀 덜한 느낌이다. 하지만 노래를 꾸며주는 현(弦)의 리듬이 Shakira답지 않으면서도 귀를 자꾸만 끌어당기고, 거기에 그녀의 - 평범한 노래마저 극적으로 꾸며주는 - 매력적인 목소리가 얹혀 올라가면서 멋진 데코레이션을 완성한다. 그 맛에 취해 나도 모르게 자꾸만 듣게 된다. 눈을 사로잡는 뮤직비디오는 거기에 덤.
Arctic Monkeys
Crying Lightning
8월 발매 예정인 새 앨범 <Humbug>의 선행 싱글. 알렉스 터너의 작품 활동은 여전히 정력적이고, 그 목소리는 정말 무지하게 섹시하다. 그 섹시한 목소리에서부터 시작되는 특유의 분위기는 여전하고 가사의 기교 또한 여전히 멋들어진다. 그러나 휘몰아치던 속도감으로 청자를 압도하던 '브라이언 폭풍'과 달리 '울부짖는 번개'는 느리고, 음울하고, 건조한데다 균일하기까지 하다. 그로 말미암아 이 노래는 확실히 Arctic Monkeys 특유의 재기, 청자의 심장을 쥐락펴락하는 예술적인 완급 조절이 다소 약하게 느껴진다. 이것이 그들에 대한 압도적 지지를 다소 약화시킬런지도 모르겠다. 물론 앨범 전체가 공개된 게 아닌 이상 이따위 예상이야 속단에 불과하겠지만.
Brown Eyed Girls
Abracadabra
곡의 도입에서부터 시작해 노래 전반을 지배하는 비트 자체는 심심하고, 좀 더 노골적으로 말하면 식상한 느낌마저 든다. 첫인상이 그리 좋지 않다. 그러나 그 나쁜 인상은 정말이지 순식간에 지워진다. 좋은 멜로디가 그 심심함을 상쇄하고도 남는데다, 사운드의 전반적인 질감도 무척 세련되었다. 거기에 더해 여기저기 사소한 장치들이 모두 노래의 완성도를 흐트러트리지 않는 선에서 짜임새있게 배치되어 있어 감탄을 불러일으킨다. 보컬에 덧입힌 기계음도 그리 과하게 느껴지지 않으며, 보컬도 적어도 평타는 친다. 소녀시대의 <Gee> <소원을 말해봐>나 2NE1의 <I Don't Care> 등, 올 상반기 나왔던 비슷한 성격의 다른 그룹들에 비해 확실히 주목할 만한 노래를 내놓았다는 느낌이다. 소녀시대를 순식간에 동요시대로 만들어버리고, CL의 끼를 고등학생 학예회로 내려보내는 화려한 퍼포먼스 또한 두 말 할 필요가 없다. 손가인 독무는, 정말 '쩐다'. 얼굴만 좀 더 예뻤더라면 정말 본좌 소리를 들었을 것을.
문제는 앨범이다. <Abracadabra>와 다른 노래들 사이의 차이가 너무 극명하다. <Abracadabra>만 돋보인다. 특히 앨범 후반부는 뜬금없기까지 하다. 대중과 코드를 맞추려는 무리한 시도의 결과로 보이는데, <Abracadabra>가 지금 일으키고 있는 폭발적인 반응을 보면 기획자도 "괜한 짓을 했다"는 생각을 할지도 모르겠다.
Kara
Wanna
첫인상이 무척 좋다. 도입부부터 인상적인 비트가 사람의 귀를 확 잡아끈다. "I just wanna think about..." 하는 가사가 반복되는 훅(Hook) 부분까지도 꽤나 마음에 든다. 그런데 그 직후 한승연의 보컬이 나오는 순간부터 그 좋았던 인상이 무너진다. 문제는 그나마 한승연의 보컬이 그나마 이 그룹에서 가장 안정적인 보컬이라는 점이다. 보컬의 문제만은 아니고, 사실 듣는 순간 트로트를 연상케 하는 멜로디부터 문제가 있는 것 같다. 훅(Hook)은 너무 노골적으로 반복된다. 후크송, 후크송 하는 세간의 문제제기를 몹시 불편하게 생각했지만(아니, 훅이 좋은 게 왜 욕을 먹을 일이란 말인가) 이쯤 되면 정말 후크송이라고 불러도 할 말이 없을 것 같긴 하다.
하지만 귀염둥이 듣보를 떠올리며 참고 듣는다. 귀를 사로잡았던 비트를 다시 듣기 위해 노래를 되감아 한 번 더 듣는다. 듣다보니 그 트로트 삘 나는 멜로디가 자꾸 내 머리에 박힌다. 이윽고 다음날 출근길에 나는 "뭐 이따위야"하며 노골적으로 싫어했던 그 멜로디를 나도 모르게 흥얼거리고 만다. 이런 훅으로 사람을 낚다니, 하면서 화를 내 보려고 해도, 훅보다 비트에 먼저 매료된 이상 그럴 수도 없는 노릇이고, 실로 신비한 노래다. 좋은 비트와 노골적인 훅의 반복이라는 두 가지 무기가 과연 사람들에게 통할지가 브아걸과의 대전에서 포인트가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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