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나 아름다운 세상인가
무거운 이야기/정치 | 2009/08/05 23:37
내 아버지를 살리기 위해 누군가의 아버지를 죽여야 하는 현실. 인간다움의 가치, 어깨동무하고 같이 전진하자는 어떤 초등학생의 동요소리는 우리 모두가 바퀴벌레에 불과하다는 현실 앞에서 무너진다. "힘없는 바퀴벌레에게도 먹이를 나누어 주어야 한다" "먹이를 잃어버린 바퀴벌레가 다시 먹이를 구해올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 현실을 직시하지 못한 어떤 바퀴벌레들은 여전히 인간다움의 가치를 강변하지만, 좀 더 힘세고 추악하게 생긴 바퀴벌레들, 예를 들어 이건희 씨처럼 돈냄새를 잘 맡는 기업인이거나, 김형오 씨처럼 직권상정을 즐기는 국회의장이거나, 전여옥 씨처럼 민주주의와 시장경제에 대한 이해가 없는 국회의원이거나, 이명박 씨처럼 거기에 우둔하기까지 한 대통령이거나 한 바퀴벌레들이 그 일장연설을 듣는 대신 남은 먹이를 모두 가로채간다. 피할 수 있다면 피해야 하는 현실. 그러나 피할 수 없는 현실. '우리는 모두 바퀴벌레다'.
최루액이 흩뿌려지고 너트 총알이 날아간다. 치열한 공성전 속에 성벽을 지키던 파수꾼은 성벽 밑으로 추락한다. 그 추락은 카메라와 펜을 든 어떤 글쟁이들에 의해 승전의 낭보로써 전해진다. '만세'! 회색빛의 성으로부터 노동하는 귀족들의 목이 은쟁반에 담겨 나올 것이니, 이 낭보는 모든 서민들의 고혈을 착취하던 그들 노동하는 귀족들의 패배로 만세토록 기록될 것이다. 인자한 왕과 그의 성스런 십자군은 굳게 닫힌 문 너머에서 날아오는 너트의 총알마저 그 신성하고 자애로운 마음으로 감싸 안을 것이며, 피부가 타들어가는 성수로서 그 귀족들의 썩은 정신을 교화할 것이다. 얼마나 아름다운 세상인가. 네 아버지가 죽어야 내 아버지가 살 수 있는 현실, 네 아버지의 권리가 곧 내 아버지의 권리를 빼앗지 않고는 쟁취될 수 없는 현실. 우리는 인간이 아니니, 우리는 진실로 바퀴벌레에 불과할 뿐이니, 우리 바퀴벌레들에게 이 세상은 또 얼마나 아름다운 세상인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