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질 신종플루
무거운 이야기/문화 | 2009/08/28 09:56
여기에 열이 나고 몸살기운이 있는 한 사람이 있다. 국가 보건 체계의 지침과 의사의 지도에도 불구하고 본인이 억지로 우겨서 '타미플루'를 처방받은 뒤, 신종플루가 의심되는데 왜 '타미플루'를 처방해주지 않느냐며 국가 보건 체계와 의사를 비난한다. 인터넷 커뮤니티를 통해 그의 이야기를 전해들은 사람들은 당연히 '타미플루'를 줘야지 왜 주지 않느냐며 그 사람의 의견에 동조한다. 인터넷은 물론이고 언론에서조차 부추기고 있는 모습이다. 그들의 의견에 따르면, 아마 국가 보건 체계가 택해야 할 가장 좋은 신종플루 대처법은 각 지자체 시청 앞 좌판에 '타미플루'를 쌓아놓은 뒤 아무나 가져가게 하는 것이 될 듯하다.
물론 국가 보건 체계에서 바라보자면 신종 플루는 무척 심각한 이슈이며, 철저하게 대비해야 하는 질병임에 틀림없다. 또한 현재의 대응이 충분히 만족스럽지 못한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사회 구성원 개개인이 이처럼 과잉 반응을 보이게 되면 오히려 개인의 건강은 물론 사회 전체적으로도 문제가 생기기 십상이다. 열이 나는 모든 사람, 기침이 나는 모든 사람이 그 동반 증상, 나이, 건강 상태 등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모두 보건소로 찾아와 신종 플루 검사나 타미플루 투약을 요구한다면 오히려 정상적인 대응 체계가 마비될 수 있다. 일부 만성 질환자나 임산부 등 고위험군의 경우에야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 쳐도 젊고 건강한 사람들이 별 것 아닌 증상으로 과잉 반응하는 것은 확실히 문제가 있어 보인다.
그런 과잉 반응을 일으키는 것은 괴담이다. 그리고 괴담의 유포지는 다름아닌 인터넷이다. 의사를 윽박질러 '타미플루'를 억지로 처방받는 사람들이 '진정 건강을 생각하는 사람' 취급을 받는 것도 평소에는 무척이나 이성적으로 보였던 바로 그 인터넷이다. 이쯤 되면 이명박 대통령이 얘기한 '정보 전염병'을 단순히 정략적 차원의 발언으로 취급하기가 어려워진다. 당장 "신종 플루는 완치가 되지 않는다" "처방을 하지 않으면 5일만에 죽는다" "신종 플루에 걸리면 세균이 폐를 갉아먹는다" "대유행 시 2만~4만 명은 죽을 것이다"는 등 공포를 재생산하는 이상한 이야기들이 돌아다니니 말이다.

위 자료는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감기와 신종 플루의 구분법으로, 영어로 되어 있던 자료를 번역한 것으로 보인다. (돼지독감은 신종 플루의 옛 이름이다.) 그렇게까지 나쁜 자료는 아니다. 감기(Cold)와 독감(Flu)의 구분 포인트를 비교적 잘 짚어내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언제부터 'Flu'가 신종 플루로 번역이 되었는지 모르겠다. 저 자료에서 말하는 Flu는 독감 일반을 얘기하는 말이지 신종 플루만 특정해 지칭하는 말이 아니다. 저 자료만 보면 독감 환자는 물론 엔간한 감염성 질환은 모조리 신종 플루로 오인할 여지가 있어 보인다. 의학에 대해 신뢰할 수 없는 정보가 인터넷에 떠도는 것이 하루 이틀 일은 아니지만, 이런 심각한 이슈에 대해서까지 같은 현상이 일어난다면 여러모로 좋지 않을 것이다.
광우병에 이어 또다시 무적의 괴질이 탄생했다.
사족.
사망자 '2만 명' 설이 처음 나온 것은 보건복지가족부다. 일을 참 잘 한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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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미국에서 보통 독감으로 죽는 사람이 36000명 정도라고 하니까 한국에서 평소에도 매년 독감으로 죽는 사람의 수가 대략 6000명 근처일 것 같습니다. 매년 독감의 피해가 들쑥 날쑥이라는 점을 고려해보면, 사망자 2만 명이면 '신종' 독감치고는 그렇게까지 엄청난 수는 아닐수도 있습니다.
주가 급등을 노리는게 아닌지.. 가령 주변의 지인에게 플루관련 종목을 사두게 하고 보복부가 빵 터트리게 하는거져~
논조가 또렷하고 단어 선택에 힘이 있으니 정말 감탄만 하고 돌아갑니다.
생각은 있으되 표현하는 능력이 떨어지는 저로서는 부럽기만 하네요 ㅎㅎ
다만 저어되는 것은, 몇몇 문장에 발끈해서 보수꼴통이니,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니 하는 상식 이하의 댓글이 달릴까 그것이 걱정입니다.
광우병에 이은 무적의 괴질... 이 한마디가 깊게 와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