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문샤이너스
Woo-Hoo-Hoo

노브레인의 브레인 차승우가 돌아왔다. 최고의 멤버들을 동반하고, <冒險狂白書(모험광백서)>란 제목의 아주 죽여주는 앨범을 들고 말이다. 앨범은 빌어먹게 유쾌한 이 노래로 시작된다. <Woo-Hoo-Hoo>. 멍청하게 생긴 '~~캐슬' '~~팰리스' 따위가 난잡하게 들어선 도시나 올려다보던 내게 이 노래는 '무지개 너머'의 마법이다.

이 노래의 완성도가 앨범 내에서 돋보일 정도로 뛰어난 것은 아니다. 그러나 너무 꽉 들어찬 나머지(트랙 수가 무려 30곡에 달한다) 갑갑하고 지루하기까지 한 이 앨범을 끝까지 즐겁고 유쾌하면서도 페이소스마저 느껴지는 그 무엇인가로 유지하는 힘은 이 신나는 선언문으로부터 나온다. 앞의 문장은 내가 써 놓고서도 무슨 소린지 잘 모르겠는데, 여하튼 그만큼 이 노래의 흡입력이 대단하다는 소리.

Arctic Monkeys
My Propeller

"프로듀서가 바뀌었어요!" 이 소식만으로도 청자들은 Arctic Monkeys의 새로운 음악적 색깔에 대해 예측할 수 있었다. 그들의 3번째 정규 앨범 <Humbug>는 역시나 예측 그대로의 색깔을 보여주었다. 브라이언 폭풍(Brianstorm)의 속도감도 사라졌고 찬란한 청춘(Fluorescent Adolescent)의 그루브도 없으며 투덜쟁이(Mardy Bum)의 재기도 실종되었다. 대신 <Humbug>가 얻은 것은 음울함이다. 무척이나 멋들어진 어둠으로의 침잠이다.

앨범을 여는 곡 <My Propeller>는 일종의 징검다리같다. 이전 발표한 2장의 정규 앨범에서 Arctic Monkeys가 보여준 가장 뛰어난 특기였던 역동적 진행, 어디로 튀어나갈지 모를 변칙적 구성이 눈에 띄게 남아있다. 그들은 그 구성 속에서 앨범의 전반적인 특징인 '멋들어진 어둠'을 그려나간다. 그렇게 3분 25초 후 이 노래는 끝이 나며, 뒤이어 균일하고 건조하며 느리고 음울한 <Crying Lightning>으로 트랙이 넘어간다. 이후로도 앨범은 뒤로 갈수록 특유의 변칙적 구성을 짜는 것보다 멋들어진 어둠을 그려내는 데 집중하는 것처럼 보인다.

앨범은 충분히 훌륭하지만 아무래도 그들이 '원래 잘 하는 것'에 좀 더 비중을 두었으면 하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1, 2집에서 3집으로 건너오는 징검다리 노릇을 한 <My Propeller>를 자꾸 반복해 듣게 되는 이유다.

Muse
Resistance

Muse의 신보 <The Resistance>의 동명 타이틀. 아무리 생각해도 Muse의 이번 신보는 변화를 추구했으되 그 변화가 너무 상투적이어서 재미가 없고 심지어 유치하게까지 들린다. Q 등이 이 앨범에 꽤 괜찮은 평가를 내린 까닭을 모르겠다. 이 앨범이 받을 수 있는 평가는 우호적으로 보아도 PitchforkNME, Rolling Stone이 준 '별 세 개'가 한계치라고 생각하고, 개인적으로는 두 개에서 두 개 반 정도면 족하다고 생각한다.

선공개되었던 <Uprising>는 심심하고 재미없었다. 같이 선공개되었던 <United States of Eurasia>는 비록 그보다는 확실히 재미있고 매력적이었으되 반면 아무래도 과장된 스타일에 누가 들어도 <Bohemian Rhapsody>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을 만큼 상투적인 면도 있었다. 그에 비하면 <Resistance>는 충분히 즐길 만한 트랙이다. 'It could be wrong (......) Love is our resistance' 부분의 멜로디 진행은 확실히 묘하게 재미없는 이 앨범에서 특히 빛나는 순간 중 하나다. 그래도 역시 <Plug in baby>의 그 울부짖던 기타소리나 <Time is running out>의 고조되는 베이스 소리만큼 감동적이지는 않다.

어쩐지 생각하기에, Muse 최고의 앨범은 아무래도 <HAARP>인 것 같다.

체리필터
피아니시모

록 음악을 좋아하는 청자들 사이에서 체리필터라는 이름을 언급한다는 것은 어느 순간부터 금기시되었다. 그건 확실히 그들 자신의 잘못이다. 그들 자신이 결코 음악적으로 '매우 뛰어난' 밴드가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낭만고양이>로 엄청난 인기를 얻은 이후 그들이 보인 답습과 더불어 인터뷰 등에서 보인 깊이 없는 태도가 청자들을 실망시켰기 때문이다. 어쨌거나 또 수 년이 또 흘러 또 한 장의 앨범이 나왔다. 그 첫 활동곡은 <피아니시모>라는 제목의 노래다.

체리필터에게는 두 가지 색깔이 있다. <Head-Up>과 <낭만고양이>, 좀 더 뭉뚱그려 얘기하자면 1집과 2집. 전자가 음울하지만 재기있는 아마추어리즘이라면 후자는 매끈하게 가다듬어진 팝이라 할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피아시니모>의 색깔은 애매하다. <오리 날다>나 <Happy Day>의 구태의연했던 색채를 벗어야 한다는 '방향성'은 옳았던 것 같지만, 결국 결과물은 록이라기엔 부끄럽고 팝이라기엔 재미없는 '신세계와 구세계의 중간적인 맛'에 그쳤다. 연주도 매력적이지 못한데다 멜로디는 상투적이고 촌스럽기까지 하다. 게다가 체리필터의 가장 강력한(그리고 사실상 거의 유일한) 무기였던 조유진의 여성적이면서도 파워 넘치는 보컬의 맛조차 확연히 얄팍해져 기타의 풍랑 위에서 힘없이 팔랑거린다. 이해할 수 없는 이상한 기교만 넘친다. 잠깐 들었을 뿐인데 그 쇠락에 우울해진다.


2009/10/08 15:04 2009/10/08 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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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달과바다 2009/10/11 10:58 | PERMALINK | 고치기 | 답하기 |

    정말이지 조유진의 포스가 너무 사라졌어... 담배좀 그만 피지;;;
    뮤즈 새 앨범은 정말 실망 귀에 들어오는 노래가 없어

  2. 예인 2009/10/14 20:49 | PERMALINK | 고치기 |

    뮤즈 새 앨범이 왜 좋은 평가를 받는지 알 수가 없어요. -ㅁ-
    평론가들 귀는 다른건가......

  3. 새녘 2009/10/12 15:17 | PERMALINK | 고치기 | 답하기 |

    10월의 노래에서 자우림 EP 이야기를 듣고 싶네요 ㅎㅎ

  4. 예인 2009/10/14 20:49 | PERMALINK | 고치기 |

    자우림을 맘껏 까대면 되는 건가요

  5. 엽우  2009/10/19 06:49 | PERMALINK | 고치기 | 답하기 |

    위 댓글의 답글에서 뿜었습니다.
    10월의 노래 기대할께요~ :D

  6. 예인 2009/10/20 22:34 | PERMALINK | 고치기 |

    자우림 EP를 아직도 못 들어봤는데, 그리 좋은 평가가 없더라구요. 한 친구는 포티쉐드의 스타일을 너무 노골적으로 모방했다고 하던데...... 들어보고 판단해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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