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rea is gay, I hate Koreans" "Korea is whack, but everyone thinks I'm like the illest rapper wen I suck nuts at rappin, so dass pretty dope" "I'm in korea right now on the account of some biznass that i need to take care of righ quick. I'll be back haha i can sacrifice a few years for a lifetime of happiness"...... 인기 아이돌 그룹 2pm의 리더 박재범 씨가 이 년 전, 사 년 전 인터넷의 개인 공간에 남겼던 글들이 인터넷상에 널리 유포되며 일어난 '박재범 사태'. 이 사태는 결국 박재범 씨의 팀 탈퇴와 미국 귀국으로 잦아드는 듯 했다. 하지만 이후 이 표현이 진짜 한국에 대한 비하라기보다 일종의 치기(稚氣)에 의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는 의견이 대세를 이루고, 박재범에 대한 비난 여론을 심지어 파시즘에까지 비유하는 등 여론이 반전되었다.

그러나 박재범을 비난하는 여론은 정말 파시즘이었을까? 이 질문에 대해서, 나는 아무래도 고개를 가로젓게 된다. 무슨 여론조사나 사회적 분석씩이나 따라붙은 건 아니지만, 파시즘 같은 말을 쓰기에는 박재범 사태에 대한 여론의 관심이 너무 적었다. 사실 팬덤간의 싸움이 오고가는 연예 관련 사이트나 포털, 연예계 가십이라면 눈에 불을 켜고 달려드는 연예부 기자나 아침 방송의 '교양' 프로그램만 제외하면 이 사태는 파시즘씩이나 되는 말을 쓸 만큼 사회적인 파장이 크지가 못했다. 아니, 좀 더 정확히 말해, 크지 않은 수준이 아니라 극히 미미했다. 박재범이나 박재범의 팬덤을 '격리해야 한다'거나 '음반 불매를 해야 한다'거나 하는 실질적인 폭력의 움직임도 감지되지 않았다. 박재범의 탈퇴는 파시즘의 폭력보다 대중의 지지를 잃은 상품을 폐기처분하는 JYP의 '지나치게 영리한' 사업적 수완에 기인했다는 게 좀 더 타당해 보인다. 이건 또 이것 나름대로 문제지만, 여하튼 '황우석'이나 'D-War' 같은 키워드와 동일선상에서 이 사건을 생각하기는 조금 무리 같다는 얘기.

다음 문제로 넘어가서, 그럼 당시 박재범을 비난하던 여론은 비판받아야 할까? 나는 이 질문에 대해서도 '아니오'라고 대답하고 싶다. 부정적으로 말하자면 국가주의, 가치중립적으로 말하자면 민족주의가 그 비난 여론의 기저에 깔려 있다는 의견에 대해서도 부분적으로는 긍정하지만 아무래도 '글쎄' 라는 생각이다. 차라리 문화적 차이로 인해 'gay'나 'whack' 같은 단어의 어감이 '다소 왜곡되어' 전달됨으로써 '오해가 생긴 것'이라는 식의 설명이라면 모를까.

그럼 나는 왜 이렇게까지 '기저에 깔린 국가주의, 민족주의' '우리 안의 파시즘' 같은 표현을 이 사태에 끌어붙이기 저어하고 있는 것일까. 주의, 주의, 그리고 ~ism, 이데올로기가 세 번씩이나 언급되는 이 분석이 아무래도 편의'주의'같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기 때문이다. 기저에 국가주의나 민족주의가 안 깔려 있을 리는 없다. 파시즘도 깔려 있을지도 모른다. 공자가 다시 살아돌아온들, 예수 쯤 되지 않고서야 그런 마음이 아예 없을 수가 있겠나. 문제는 그 비중이다. 그 국가주의나 민족주의가 얼마나 강하게 발현되었는가. 얼마나 폭력적인 방법으로 발현되었는가. 그것이 발현된 직접적, 간접적 이유는 또 무엇인가. 이 사태를 촉발시킨 기폭제는 정녕 국가주의나 민족주의 외에는 없는가.

박재범 씨는 교포라고 한다. 법적으로는 미국인이다. 이 단순한 사실이 의외로 중요한 키워드란 생각을 한다. 이 사람들은 한국 사회에서 어떤 존재인가. 어떤 사람은 박재범 씨가 한국을 비하함으로써 '제 3세계 외국인 노동자'의 지위로 떨어졌다는 분석을 하기도 하는데 여기에도 별로 동의하기가 어렵다. 원래 이 사람들에 대한 '토종 한국인'들의 감정은 지극히 양가적이었다. 영어도 잘 하고 외국 문화에도 익숙하니 멋지기는 하다. 이태원의 클럽에서 이 친구들은 늘상 주인공 노릇을 한다. 하지만 불쾌한 점도 많다. '토종 한국인'들의 피해의식을 자극한다. 모 신문의 대학 평가는 '세계화지수'라고 해서 외국인 학생, 외국인 교수를 얼마나 많이 뽑았느냐에 따라 무지하게 큰 가산점을 보탠다. 이 사람들 중 일부는 별다른 재능 없이도 외국어를 잘 한다는 이유만으로 손쉽게 명문대의 졸업장을 얻어낸다. 한국에서 암만 열심히 공부해봐야 의미가 없다는 생각이 든다. 이 친구들이 별 노력도 없이(적어도 당장 내 눈으로 보기에는) 억대 연봉을 받아내는 걸 보면 은근히 고깝다. 역시 부모 잘 만나 유학이나 가는 게 최고다.

이런 생각이 얼마나 타당한지, 그저 단순한 피해의식일 뿐인지, 그런 건 잘 모르겠다. 하지만 파란 눈과 하얀 피부의 외국인들, 혹 우리와 비슷한 얼굴을 가졌지만 어쨌든 외국인들, 이 사람들에 대한 사회의 태도는 확실히 무언가 이상하다. 실속없이 추켜세우기도 하고 의미없이 깎아내리기도 한다. 국제화 시대란 허울 좋은 미명이 가져다 준 어떤 혼재된 모순이 분명 이 사회에 광범위하게 존재한다. 그 혼재된 모순이 "Korea is gay"라는, 치기어린 비하적 표현으로 인해 박재범 씨라는 한 개인에게 덮어씌워졌고 사람들이 무의식적인 불쾌감을 느꼈다면, 거기에 어떤 민족적이고 국가적인 자존심이 끼어들어 '박재범 사태'라는 웃지 못할 사태로 발전했다면 - 좀 '오버'하는 것일까? 그런 사회적 분위기와 자신의 입지를 고려하지 않고 "Korea is gay" 같은 말을 함부로 꺼낸 박재범에게도 잘못이 있다면 그건 박재범을 너무 몰아붙이는 것일까?

갑자기 박재범 씨의 얘기가 생각난다. 한국에서는 자신의 이상한 랩을 치켜세워주는데 그건 좀 끝내준다고 했다. 실제로도 그렇다. 박재범 씨의 래핑은 이상하다. 그런데도 그 이상한 래핑을 치켜세워주는, 어쨌거나 피부 하얗고 눈은 파란 나라에서 왔다면 일단 대우부터 해 주고 보는 멍청한 윗대가리들의 국제화 놀음이 여기에도 혼재되어 있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반발한다. 그 멍청한 국제화 놀음에 대해 묘한 반발심을 갖는다. 그게 박재범 사태의 한 기폭제가 되었다, 이런 결론이다. 동의하지 않는다면 어쩔 수 없다. 그냥 이건 박재범 사태에 대한 '지식인들의' 여론이 너무 일방적이길래 한 번 꺼내 보는, 일종의 환기일 뿐이니까. "민족주의다!"라고 외치는 지식인들에게 "아니, 허울좋은 국제화의 모순일런지도 모른다"고 짐짓 같은 레벨의 지식인이 된 척 꺼내어 보는 근자감 넘치는 환기.

사족
뭐 어쨌거나 박재범은 불쌍하니 펑펑 울면서 죄송합니다 하는 퍼포먼스 한 번 하고 컴백해서 원하는대로 돈 많이 벌고 성공하는 게 좋겠습니다.


2009/09/28 14:50 2009/09/28 14:50

http://yeinz.kr/blog/trackback/557 (주소를 클릭하면 클립보드로 복사됩니다.)

  1. 융의 알림 subalter's me2DAY 에서 트랙백 | 2009/09/29 11:16 | 지우기 |

    내가 하고 싶었던 이야기에 가장 가까운 글

  2. 박재범 관련 연예블로그 헛소리 총정리 욱하는 블로그 에서 트랙백 | 2009/09/29 23:52 | 지우기 |

    자꾸 박재범이 관련 글만 쓰기도 지친다. 중요한 말은 이미 앞의 글들에서 다 했다. 이번 글이 박재범 관련으로는 마지막이라 생각하고 정리해보자. 1. JYP는 합리적 경제 주체인가? 너무나 케케묵은 이론이다....

  3. 박재범은 아무도 건드릴 수 없다. 욱하는 블로그 에서 트랙백 | 2009/09/29 23:52 | 지우기 |

    박진영이 '비즈니스적 마인드'에서 박재범을 퇴출시켰다고? 덧셈 뺄셈도 못하는 소리마라. 신라면 쇠고기맛이 훼이크인 게 들통났다고 쇠고기맛이란 표기를 빼고 파는 게 비즈니스적 마인드냐? 여러분 쇠고기 ...

  1. 2009/09/28 18:36 | PERMALINK | 고치기 | 답하기 |

    결말이 좋네요 :-)

  2. 로이  2009/09/28 19:44 | PERMALINK | 고치기 | 답하기 |

    이 글 재밌다 ㅋ
    JYP에서 자신들의 치부를 감추려고 쫓아낸거라는 음모론도 재밌어..
    3대 대형기획사들이 이렇게 다들 한건씩 하고 있으니
    참 씁쓸허구만...

  3. 교포가수들 2009/09/29 19:06 | PERMALINK | 고치기 | 답하기 |

    스티브유나 이현우 같은 종자들 때문에, 교포가수들이라면 고개륻 절래 절래 내두르는 사람들이 대부분인데, 기획사들은 아직도 그걸 제대로 깨닫지 못한게 이번 사태의 본질이 아닐까 합니다.

    가수한테, 공자나 부처님의 인격을 바라는건 아니지만 최소한 게이라는 표현은 안한 얘들을 데려와도 데려와야지... 원... 쓰레귀를 데려와서 포장해봐야 그 냄새가 어디 숨겨지는건가 싶네요..

  4. 예인 2009/09/29 22:18 | PERMALINK | 고치기 | 답하기 |

    박재범은 불쌍한데 "J, What time is it now?"는 솔직히 좀......
    물론 뭔 짓을 하든 그거야 팬들 자유지만, 보는 사람은 좀 민망한 해프닝이었네요. 그 정도면 crazed fans 맞는 거 아닌가 싶기도 하고...... 오빠를 지켜주려는 팬심이 좀 더 영리한, 팬덤 밖에서 보기에도 충분히 감동할 만한 방식으로 발현되었다면 훨씬 좋은 효과를 낳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5. 0000 2010/01/12 00:58 | PERMALINK | 고치기 | 답하기 |

    어디에 어떤 글을 읽어봐도 미국에서 태어나고 자라 꿈 하나 믿고 어린나이에 연고 하나 없는 모국땅에 와서 피나는 노력을 해온 청년 박재범에대한 이야기는 전혀 보이질 않네요. 교포라고하면 무조건 부모 잘만나서 유학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 사고도 참....... 씁쓸하구요. 그리고 박재범군 팬들이 헌혈증 기부에 해피빈 기부, 구세군 기부, 씰 판매 수익 기부, 어린이 재단 도서 기증, 결식아동 재단 기부, 아름다운 가게 봉사활동, 해외 입양아들에게 도서기증 등등. 여러가지 봉사활동과 기부활동을 꾸준히 해 나가고 있는건 알고 계신지 묻고 싶네요.

[로그인][오픈아이디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