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련글 : 한나라당 비극 2

사람들이 한나라당을 지지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잘 사는 사람들이 더 잘 살아야 그나마 떡고물이 못 사는 사람들에게도 떨어진다"는, 승수효과를 곡해할대로 곡해한 논리에 사람들이 세뇌당했기 때문일수도 있다. 다른 모든 단점에도 불구하고, 대북정책은 유화책으로는 답이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한나라당을 지지할 수도 있다. 또는 민주노동당이나 진보신당의 좌파 경제정책이 말만 번지르르한 유토피아식 공약(空約)이라 생각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감히 생각컨데, 그런 '합리적인 지지자'들로는 한나라당의 굳은 지지율을 설명할 수가 없다. 한나라당을 지지하는 많은 사람들은 아마도 '그냥' 한나라당을 지지하고 있을 것이다. 이 '그냥'이란 말은 그러니까 이런 의미다. 그 사람들은 아주 단편적인 이유, 예를 들어 "김대중은 빨갱이였으니까" "주위에서 한나라당이 경제에 강하다고들 하니까" "나경원이 국회의원 치고 미인이니까" 따위의 단편적인 인상만으로 한나라당을 지지하기로 벌써 '결심'했다. 그리고 나서 자신의 결심을 합리화하기 위해 '한나라당을 지지하는 이유'를 갖다붙이기 시작했다.

이런 생각을 하게 된 이유는 이명박 대통령 때문이다. 그는 장점이 없는 인물이다. 예를 들어 차라리 박근혜 씨가 대통령이 되었다면 이런 생각을 않았을지도 모른다. 그녀는 옛 독재자의 딸이라는 점이나 많은 부분에서 지나치게 보수적인 견해를 갖고 있다는 단점이 있으나, 노동이나 인권 문제 등에서 의외로 진보적인 시각을 보이는 경우도 있고, '수첩공주'라는 별명으로 격하되기도 하지만 어쨌거나 발언이 진중하다. 그런데 이명박 대통령은 다르다. 수사가 아니라, 정말로, 그는 장점이 없는 인물이다.

철도파업에 대한 그의 대응 은 그냥 '대통령으로서 무능하다'는 정도로 표현할 수 있을지 모른다. 그런데 얼마 전 그의 '권총 위협' 발언 이나 '4대강 사업' 논란에 대한 대응 은 그 표현에서 '대통령으로서'란 여섯 글자를 빼야 할 지경이다. 이건 논리가 필요가 없다. 이미 상식 수준에서 받아들이기 힘들 정도다. 유일하게 그가 내세우고 있는 것이 '경제대통령'이란 별명이지만, 그의 경제정책은 정운찬 급 되는 인사가 아니더라도 비판할 거리로 가득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명박 대통령의 지지세는 일정하다. 낮은 수준이긴 하지만 어쨌든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다. 그 지지자들이 이명박을 지지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냥' 외에 이유를 찾을 수 있을까. 이 현실에 맞서 우리가 누구와 싸워야 한다면, 싸워야 할 대상은 대체 누구일까. 우리는 그냥, 이 '이명박 비극'의 조연일 뿐일런지도 모르겠다.


2009/12/03 15:40 2009/12/03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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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kz의 생각 keizie's me2DAY 에서 트랙백 | 2009/12/04 01:02 | 지우기 |

    “이명박 대통령은 다르다. 수사가 아니라, 정말로, 그는 장점이 없는 인물이다. … 그 지지자들이 이명박을 지지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냥' 외에 이유를 찾을 수 있을까. 이 현실에 맞서 우리가 누구와 싸워야 한다면, 싸워야 할 대상은 대체 누구일까.” via 예인

  1. erte 2009/12/03 20:09 | PERMALINK | 고치기 | 답하기 |

    제 생각에는 여전히 이명박 대통령에게도 "그냥"의 논리는 통할듯 합니다.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파업"그 자체를 옳지않다고 생각하고, 대통령이 하는일에 대한 반대를 "반대를 위한 반대"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많으니까요... 우리의 생각 외로 우리와는 다른 "상식"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아직 한국에 많습니다.

  2. 예인 2009/12/06 13:45 | PERMALINK | 고치기 | 답하기 |

    사실 이 글은 지독히도 염세적인 것이라... 포장마차에서였다면 "요즘 늙은 것들은" 으로 시작하는 - 전복의 묘를 살린 농으로 끝날 법한 얘기지요 ㅋㅋ

  3. Hwan 2009/12/16 10:36 | PERMALINK | 고치기 | 답하기 |

    지지율을 보면 50대 이상이 압도적인데요... 현 보수 정권의 전신인 군부 정권(정확히 말하면 박정희 시대) 때 경제 발전의 열매를 지금 맛보고 있다고 생각하는 분들이겠죠. 아무리 경제가 어려워도 6~70년대에 비해 발전했고 그 이유가 본인들이 열심히 일했기 때문이 아니라 정권의 덕이라고 생각하는게 아닐까요? 아직도 그런 정부 주도의 경제 발전의 판타지를 가슴에 품고 있고, 그 판타지를 실현해 줄 수 있는 곳은 바로 지금의 한나라당이라고 생각하고, 그에 반하는 것은 고생도 안 해보고 뭘 알지도 못하면서 나서는 젊은 것들인 거죠. 이런 분들은 이미 세상의 패러다임이 변했다는 것은 아웃 오브 안중입니다.

    또 한가지는 현 정부가 정말 잘해서라기 보다는 지지율이 계속 나와야 일을 잘 추진할 동력이 생기고 그러면 좀 나아지는 부분이 있지 않겠냐는 지지심리가 만들어낸 지지율이 있을거란 생각입니다. 정치에 있어 수동적인 성향이 나타나는 부분이겠죠. 처음부터 잘 고민해서 잘 뽑기 보다는 누가 되도 그 밥에 그 나물이라고 생각하고 이미 뽑힌 대통령이 일 못하게 되면 더 문제 아니냐는 생각입니다. 이건 일종의 거품이고 MB 정권이 뭔가 큰 반전을 이루어내지 못하면 다음 대선 때에는 빠질 가능성이 많은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진보 = 좌파 = 빨갱이의 공식에 뇌리에 뿌리깊게 박힌 분들이겠죠. 이런 분들은 연로하셔서 활동도 줄고 수도 점점 줄어들겠지만, 어짜피 어떤 말도 안 통하시는 분들입니다.

  4. 예인 2009/12/22 15:13 | PERMALINK | 고치기 | 답하기 |

    사실 맨 마지막의 '진보=좌파=빨갱이' 공식이 문제인데, 이게 의외로 굳건하다는 생각을 한 게......

    TK/PK 분들과 만난 어떤 자리에서 우연히 매카시즘에 대한 얘기가 나왔었거든요. 대부분 30대였는데, 김대중이나 노무현을 빨갱이라고 하는 건 매카시즘이 아니라는 말씀을 하시더군요. ㅠㅅㅠ

  5. 한백수 2010/02/17 20:30 | PERMALINK | 고치기 | 답하기 |

    글 쓰신분들의 글을 읽다보니 어쩔 수 없이 말이 안통할 사람 대열로 밀린 것 같군요.
    보수적이고 이명박을 그냥 지지하거나 한나라당을 그냥 지지하고 있는 사람들은 그야말로 생각없는 사람으로만 치부를 해 버리는군요.
    역시 대단한 진보이념인것 같아요. 그렇다면 그 사람들이 왜 그냥 한나라당을 지지하고 이명박을 지지하는지, 그냥이라는게 이유가 되기도 하는지요?
    그들이 진보라는 너울을 쓴 좌파의 집요한 시달림에 지친 사람들은 아닌지도 생각해봐야할 것이고...
    누구나가 다 보수나 한나라당, 이명박을 지지하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을 하신다면 어차피 그들과 다를게 없지 않은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