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노조는 결국 청와대발(發) 압력을 이겨내지 못했다. 2009년 12월 3일, 사측의 일방적 단체협약 해지에 응수해 파업을 벌였던 철도노조는 파업 철회를 선언했다.

철도노조에 부담을 지울 필요는 없었겠지만, 결국 '안 좋은 선례'가 남았다는 건 부정할 수 없을 것 같다. 이명박 이하 행정부 장관들은 이번 파업을 '불법 파업'으로 규정하고 전방위로 압박했는데, 여전히 그들이 말하는 '합법 파업'과 '불법 파업'의 기준이 무엇인지는 불분명하다. 이번 파업이 '불법 파업'인 까닭을 찾아 보았지만 실제로 검찰이나 행정부 인사의 발언에서 그 해답을 얻기는 아주 어려웠다.

오히려 반대로, 이 파업이 '불법 파업'이라는 결론에 의문을 제기할 만한 근거는 자주 보였다. 예를 들어 연합뉴스발의 한 기사 를 보면 검찰은 "파업의 불법성을 예단하기 어려웠으나 파업 장기화가 국가경제 및 국민 생활에 막대한 피해를 주기 때문에" 조기에 이를 불법으로 규정했다고 하는데, 이것이 사실이라면 아무래도 엉뚱한 논리다. 불법성의 판단과 국가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적어도 이 사안에서 논리적인 연관관계를 가지고 다뤄질 문제가 아니다. 철도노조가 경제사범이 아닌 이상에야.

결국 이명박 대통령 이하 행정부에게 특별히 대의가 있어서 이번 파업 사태에서 '사실상 승리'를 거머쥔 게 아니라, 그냥 '틀짓기'와 불도저식 밀어붙이기, 일이 터졌을 때 일단 뒷목부터 잡고 나오는 억지가 통했을 뿐이라는 것이다. 철도파업으로 인해 불편했던 건 누구나 마찬가지고, 코레일이고 노조고 다 짜증난다는 게 솔직히 대부분의 사람들이 느낀 감정이었겠지만, 그래도 이런 식의 마무리는 차라리 파업이 아니 끝나니만 못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어떤 파업이든간에 모두 '불법'으로 규정할 수 있는, 탈(脫) 헌법적 전례를 얻어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이명박과 그 일부 맹목적 지지자들을 보며 혀를 차는 것 정도밖에 없다. 철도는 다시 돌겠지만 자칭 '경제대통령' 이명박에 의해 한국의 자본주의는 일종의 - 교도자본주의(Guided Capitalism)와 신자유주의(Neoliberalism)의 불륜으로 태어난 기괴한 모습으로 탈선하기 시작했다. 민심이 이명박에게 있는 한 이 괴물의 탄생을 막을 수는 없을 것이다.


2009/12/04 09:43 2009/12/04 0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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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erte 2009/12/04 12:38 | PERMALINK | 고치기 | 답하기 |

    불법파업보다 "잘먹고 잘사는 놈들이 이기적인 이유로 서민을 불편하게 괴롭힌다" 프레임이 아무래도 인터넷에서도 많이 만연해서, 어떤면에서는 예상된 결과가 아닐까 합니다. 어떤 언론에서는 '사상 최장 파업'이라고 까지도 헤드라인을 뽑았더군요.

  2. 로이 2009/12/04 21:42 | PERMALINK | 고치기 | 답하기 |

    아 진짜 안타깝다. 이리 끝날 일이 아닌데 ㅜ.ㅜ
    사측이 정부 후광입고 배째라고 나오니 이를 참...
    코레일 사장이란 넘이 글쓴거보니 이건 뭐...
    이명박이 사업하기 좋은 나라는 만든 거 같네..

  3. 예인 2009/12/06 13:42 | PERMALINK | 고치기 | 답하기 |

    철도파업으로 설대 면접 못봤다는 기사는 정말이지 병맛의 결정체였다능. 뭐 그런것과 별개로 "파업"이라는 방법이, 그게 정당하든 정당치 않든 재고될 수밖에 없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고 말입니다.

  4. Hwan 2009/12/16 10:38 | PERMALINK | 고치기 | 답하기 |

    '범죄자지만 국가 경제에 지대한 기여를 했으니 사면해야 한다.' 비슷한 논리죠? 법치주의가 과연 무슨 뜻인지 알고 있는 걸까요?

  5. 예인 2009/12/22 15:10 | PERMALINK | 고치기 | 답하기 |

    이명박 대통령께는 경제만능법이라는 헌법보다 상위의 법을 지키고 계십니다. ...... 엉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