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나윤선을 모르는 사람이 내게 “나윤선이 누구냐”고 묻는다면? 대체 뭐라 대답해야 할까?
그녀는 최고의 음악가이며, 가수이고, 또한 정열적인 여성이며 아직도 꿈을 향해 달리고 있는 몽상가이기도 하다. 바세를 타고 목소리를 ‘가지고 노는’ 그녀의 기교는 최고다. 혹자가 몇 옥타브 운운하는 고음 자랑을 늘어놓는동안, 그녀는 이미 자신의 목소리를 그 어떤 악기도 따라올 수 없을 정도로 자유자재로 변주할 수 있는 최고의 악기로 만들어냈다. <Pancake…>란 곡에서 행복한 표정으로 요리 목록을 늘어놓는 그녀의 목소리는 목소리 그 자체만으로도 나에게 포만감을 느끼게 했으며, <Down by Love>에서 “사랑은 갬블과 같다”고 노래하던 그녀의 목소리가 나에게 구중천 속 환각을 가져다주었다.

재즈 싱어 나윤선. 그녀는 자신의 모국이 한국임을 잊지 않으려는 듯, 외국에서 발표한 앨범에도 반드시 한 두 곡 정도 한국말로 가사를 쓴 곡을 꼭 포함시킨다. 그러나 이건 또 무슨 얄궂은 일인지, 그녀는 우리말로 노래할 때보다 영어로 노래할 때 멜로디를 훨씬 잘 ‘타고 논다’.
나윤선의 신보 <Memory Lane>은 두 장의 CD로 구성되었다. 똑같은 멜로디와 똑같은 리듬 위에서 똑같은 가수가 노래한 두 장의 CD로, 차이는 단 하나, 가사 뿐이다. 첫 번째 CD는 우리말로, 두 번째 CD는 영어로 가사가 쓰여졌다.
두 장 모두 싱코페이션 따위의 기교를 배제한 맑은 느낌으로 노래를 부르지만, 이상하게도 영어 CD에선 유독 ‘재즈 싱어로서 그녀의 정체성’이 절제된 창법의 껍질을 뚫고 자꾸 튀어나오려 하는 듯한 느낌이다. 특히 두 번째 곡 <Paper Tiger>에선, 바세의 둔중한 느낌 위를 흐르는 그녀의 목소리가 마치 장난을 치고 싶어 안달이 난 아이처럼 당장 어디로든 튀어나갈 것 같은 육감을 느끼게 한다.
개인적으로 또 마음에 드는 것은 <Colud 9>의 멜로디다. 가사를 통해서가 아니라 멜로디 그 자체를 통해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행복해질 수 있어” 라고 얘기하는 것 같다. 노래를 듣다 보면, 재즈냐 팝이냐 하는 도식적인 장르 구분이 구중천 속에서 무의미해져 버린다. 노래 자체가 이렇게 좋은 걸. (가십거리지만, ‘on cloud nine’은 환각상태에 있다는 의미의 속어이며, cloud nine은 엑스터시의 일종이라고 한다. 이건 왠지 또 무슨 의미가 있을 것만 같은 얘기다.)
나윤선 씨는 음악에 미친 사람이다. 이제 서른 여덟, 그녀는 젊다 못해 새파랗게 어리기까지 한 나 따위보다 훨씬 더 정열적이다. 그녀 앞에서는 ‘꿈’이란 왠지 낯뜨거운 단어가 너무나 자연스럽게 튀어나온다. 그녀는 이번 앨범 <Memory Lane>을 내놓으며, 퀸텟 멤버들과의 재즈 앨범도 작업이 막바지에 다다랐다고 언급했다. 기분좋은 일이다. 재즈든 팝이든 무슨 상관이랴, 그것이 이토록 정열적이고 순수하며 아름다운 목소리를 타고 흐른다면.

좋은 사람 알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전부 들어봐야겠습니다..
꼭 앨범으로 들어보시길. 곧 글을 쓸 생각이지만, 나윤선의 긴 음악 생활 중에서도 최고작이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