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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16일자 미디어다음 초기화면이다. “美동성애 ‘신종에이즈’ 공포”라는 제목의 기사가 눈에 띈다. 기사 내용은 슈퍼박테리아의 일종인 MRSA가 남성 동성애 사회에서 나타나기 시작했다는 것. 미디어다음의 황색 저널리즘, 선정적 제목 달기는 예전부터 문제가 되어 왔던 것이지만, 이건 정말 그 도가 너무하다. 물론 기사 내용도 아주 무책임하고 선정적이기 짝이 없다. 구정은 기자의 기사인데, 솔직히 의학 관련 기사를 쓸 자격은 없다고 본다.

MRSA는 에이즈(AIDS), HIV와 아무 상관 없는 것으로, 메티실린 내성 황색 포도구균의 약자이며 흔히 슈퍼 박테리아로 불린다. (심지어, HIV는 바이러스고 MRSA는 박테리아다.) 워낙에 치명적이기 때문에 “에이즈보다 MRSA가 더 위험하다”는 말이 있는데, 이 정도가 에이즈와의 관련성 전부다. 이것은 피부의 접촉에 의해 주로 일어나며, MRSA성 피부염은 큰 문제가 되지 않으나 이것이 장기로 퍼지면 심각한 문제가 될 수 있다. 보통 사용하는 항생제가 듣지 않기 때문이다. 피부 접촉 등이 감염 경로로써, 동성애와 관계가 있다는 유의한 연구 결과는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에이즈(AIDS)와 동성애는 워낙에 터부시되는 소재이기 때문에, 함부로 다루면 인권 침해의 위험이 있다. <고맙습니다>같은 드라마를 통해 에이즈에 대한 인식이 조금씩 변하가고 있긴 하지만, 여전히 한국 사회는 에이즈를 ‘더러운 성행위’에 의해 일어난다고 믿고, 따라서 에이즈 감염자들을 별 생각 없이 비하하는 경향이 있다. 또한 동성애는 한국 사회가 말하는 ‘더러운 성행위’의 대표적인 예인데, 동성애에 의해 에이즈가 발생할 확률이 비교적 높은 편이라는 것이 동성애를 ‘더러운 성행위’로 규정짓는 중요한 근거가 된다. 그런데 이건 사실 잘 살펴 보면 얼토당토않은 순환 논리다. “에이즈는 더러운 병이다. 왜냐하면 에이즈를 발생시키는 것이 동성애같은 더러운 행위이기 때문이다. 동성애는 더러운 행위이다. 왜냐하면 에이즈처럼 더러운 질병을 발생시키기 때문이다.” 이 순환 논리는 계속 회전하면서 근거는 없지만 지극히 공고한 터부를 형성한다.

따라서 에이즈나 동성애 같은 문제를 화제로 다루기 위해서는 아주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근거가 필요하며, 이것이 갖춰지더라도 인권 침해의 가능성을 우려하여 최대한 조심스러운 태도가 필요한 것이다. 그런데 기자와 미디어다음은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가.

MRSA가 남성 동성애 사회에서 나타났다는 것은 기사 내용만 봐서는 사실(fact)인 것 같다. 그러나 그것은 신종 에이즈가 아니다. 그것은 에이즈와는 아무런 관계도 없고, 다만 항생제를 무력화시키는 강력한 박테리아일 뿐이다. 그 주요 감염 경로 역시 성적 접촉이 아니다. 역학적으로 동성애가 MRSA의 감염과 유의한 관계가 있다는 설은 단 한 순간도 정설이었던 적이 없는 걸로 안다. 즉 “MRSA가 동성애 사회에서 나타났다”는 사실(fact)이 “따라서 MRSA가 동성애에 의해 일어났다”는 논리적 추론으로 연결된다는 것은 기존의 학문적 성취를 깡그리 무시한, 지극히 몰지각하고 무지한 논리적 오류이며, 굳이 남성 동성애 사회에서 MRSA가 발생했다는 것을 강조하는 것은 불필요할 뿐 아니라 올바르지 못한 일이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하물며 기사의 첫 문장이 ‘동성애자 남성들을 집중 공격하는 신종질병이 확산’되고 있다는 소설이다. MRSA는 신종질병도 아니고, 동성애자 남성들을 집중 공격하지도 않는다.

그런데 미디어다음은 여기에 또 한 가지 잘못을 덧붙인다. MRSA를 슬며시 ‘신종에이즈’로 치환시킴으로써 한국 사회가 원래 가지고 있던 터부를 자극하고, MRSA와 동성애 사이에도 인과관계가 있을 것이라는 추론을 더욱 강화한 것이다. 에이즈가 동성애에 의해 일어나는 것은 아니나, 성행위의 형태 등에 의하여 동성애자들 사이에서 감염률이 높은 것은 사실이다. 사람들은 에이즈와 동성애가 아주 밀접한 상관성이 있다고 믿는다. 따라서 MRSA에 ‘신종에이즈’라는 기괴하기 짝이 없는 별명을 붙인 것은, MRSA가 ‘동성애 때문에 일어난 더러운 질병’이라는 선입견을 사람들에게 제공하고, ‘에이즈는 무섭고 더러운 질병’이라는 사람들의 (잘못된) 인식을 불러일으키기 위한 것으로밖에 볼 수 없다. 기사를 최대한 선정적으로 만들어 고작 클릭수, 트래픽 좀 높여먹겠다고 말이다. 고작 그 돈 몇푼 더 쥐겠다고 에이즈 환자들과 동성애자들의 인권을 찢고 부순 것이다.

이건 정말, 욕을 들어야 정신을 차릴 일이다. 최소한의 윤리조차 없는가. 미디어다음, 미쳤나.

  8 개의 반응

  1. 기자의 오역에 편집의 선정성까지….
    참 그랬습니다.

  2. 순환 논리 부분이 인상적이네요. 잘 읽고 갑니다.

  3. 확실히 미친 것 같군요. 좋은 글 잘 읽고 갑니다.

  4. 0. 흥미로운 글을 읽었습니다. 보보(BoBo)님께서 쓰신’다음’ 블로거뉴스에서 기자들은 나가라! (2007/11/14 08:14) 라는 글인데요. 제로피시군과 후니유님께서 관련 포스팅을 하셨지만 그동안 관심을 갖던 주제라서 한 목소리 더합니다. 이 문제에 대해서는 좀 할 말이 많네요. (수정 : 그만님께서 위 글에 보낸 트랙백은 예전 글이었네요. ^ ^; ) 그동안에도 많은 관련 글을 썼지만, 아직도 이런 칭얼거림이 블로그의 현실이라면, 정말이지…

  5. 부제 : 다음 블로거뉴스에 대해 여전히 알고 싶은 두 세가지 것들블로그 오딧세이 1 – 아거편(편의성과 집적이익을 위해 포스트 하나로 묶으려고 했는데.. 아거편은 너무 글이 길어질 것 같아서.. 적당한 보충이 이뤄지면 나눠 담아야하지 않나 싶다. –;; )을 보충하면서 다음 블로거뉴스에 대한 아거님의 논평을 다시 읽었다. 이런 논평을 하셨었나 싶었는데, 댓글창을 통해 나와 대화한 내용이다. –;; 암튼 다음 블로거뉴스(라는 시스템)에 대해선 관…

  6. 와… 멋지시다-_-;;;

    안그래도 기사를 보다가 동성애자를 집중 공격한다는 내용을 보고 뭔가 낚시성이 짙다고 생각해서 창을 닫아버렸습니다.

    인터넷 기자들은 유독 낚시질에 도가 트인듯;
    한 두번이 아니니까 이제는 그러려니 합니다만;
    믿어버리는 사람을 생각하면 안타깝기도 하고;

  7. 그걸 메인에 당당해 걸어두었다는게 웃기네요.
    정말 미쳤나?라는 말밖에 안나옴..

    낚시질하려다가 이상한 거짓정보로 사람들 혼동이나 주는거 아닌가 모르겠네요

  8. 저도 이런 취지의 글을 쓰려다 귀차니즘때문에 오역만 지적하고 말았습니다만.. 잘 지적해주셨네요. 잘 읽고 갑니다.

 댓글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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