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럴드 잘트먼 지음(2003), 노규형 옮김(2004)
21세기북스
의학의 임상실험은 반드시 이중맹검법(double-blinded test)으로 실시되어야 한다. 그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실험자의 무의식적 행동이 피실험자에게 영향을 끼친다는 최신 뉴로이미징(Neuroimaging) 분야의 결론 등도 중요한 이유일 것이다. 만일 실험자가 무엇이 진짜 약이고 무엇이 플라시보약인지 알고 있다면, 의식적으로는 플라시보약도 진짜 약처럼 투여하겠지만 ‘의식할 수 없는’ 무의식적 행동에서는 차이가 발생할 것이며, 그것이 피실험자에게 역시 무의식적으로 받아들여진다는 것이다. 피실험자는 의식적으로는 무엇이 진짜 약인지 모르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무의식적으로는 실험자의 행동을 통해 그 진위를 직감하고 있다.
<How Customers Think>는 이러한 결론의 경영학적 응용을 시도한다. FGI로 대표되는 기존 경영학의 소비자 조사법이 경영자의 의식과 소비자의 의식 사이의 상호 의사 소통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면, 이 책은 경영자의 무의식과 소비자의 무의식이 서로 소통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소비자의 생각 깊숙이 자리잡은 의식과 무의식은 일반적으로 은유(metaphor) 등의 방식을 통해 표출되는데, 이렇게 표출되는 소비자의 심리를 통해 경영자는 일종의 구조체(construct)를 포착한다. 이 구조체는 “기대” “브랜드 충성도” “신뢰” 등의 개념(consept)들이 소비자의 심리 속에서 어떻게 연결되고,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를 설명한다. “할머니”와 “시골”, “농촌” 등의 개념이 행복과 평온으로 연결되고, 이는 다시 “물”이나 “꿈”과 같은 개념으로 연결될 수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에게서, “사랑” – “살인” 과 같은 형태의 개념의 연결은 잘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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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기억의 부호화 / 인출 과정은 은유(metaphor)와 매우 유사하다. 기억은 어떤 상품을 상징적 존재로 만들어주기도 하며, 사회와 의식, 예술과 감각 등이 기억을 부호화 / 인출하는데 관여한다. 책의 내용에 따르면 기억은 실제로 일어났던 일을 그대로 읊는 것이 아니라, 사람의 각종 사정에 따라 재창조된 픽션(fiction)인 것이다. 그렇다면 기억은 지극히 가까운 은유(metaphor)일 수도 있지 않은가? 애플의 흰 색 아이팟은 정말 훌륭한 상품이기 때문에 사랑받는가? 어쩌면 아이팟의 위대함은 그 자체가 하나의 픽션(fiction)이며 은유(metaphor)이기 때문에 가능한 속성이지 않을까? 책의 표현대로, "문제는 더욱 복잡해졌다". 사람의 인지, 기억, 그리고 그들의 무의식적 은유가 모두 뭉뚱그려진 것이다. 경영자는 여기에서 소비자의 기억의 핵심이자 핵심적 은유인 원형(archetype)을 포착한다. 그리고 원형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전개한다. 원형은 고정관념과 달리 보편적이다. '주몽'의 영웅담처럼. 이는 아마 궁극적으로 소비자에게 "표층적으로는 서로 달라 보이지만" "원형적으로 동일한" 브랜드 스토리를 만들어 줄 것이다. 브랜드의 스토리텔링은 소비자에게 다시금 '은유'가 된다. 사실 개념의 구조체도 깊숙한 곳에서는 원형에 연결된다. 경영자는 소비자의 다양한 은유로부터 개념의 구조체를 찾아내지만, 보다 광범위한 점화를 통해 소비자에게 스토리텔링을 유도함으로써 그 원형을 찾아낼 수 있다.
마지막으로 책은 소비자들의 사고에 다가갈 수 있는 힌트를 제공한다. '우연'과 '이례적인 사례'에 주목하라. '데이터를 활용하라'. '결론으로부터 시작하라'. '다양한 아이디어를 적용하라'. '소비자에게 새로운 질문을 던져라'. '질문의 초점을 소비자에서 브랜드 자체로, 상품으로 계속 바꾸어 보라'. '질문의 초점을 점차 구체적으로 바꾸어 보라'. '가정을 질문하라'. 그리고 몇 가지 더, '통계의 함정'과 '소비자의 허영'에 대해서도 주목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_M#]
어떻게 생각해보면, 한의학이야말로 은유(metaphor)의 의학이다. 한의학이 말하는 나무, 불, 땅, 쇠, 물 같은 것이 정말 우리가 알고 있는 그 물질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한의학은 빛과 그림자를 비롯해 이러한 다섯 가지 속성을 원형으로 가지고 수많은 이야기를 전개해 나간다. 심지어는, 그 이야기 전체가 모두 다 은유이다. 한의학에서는 ‘뒷목이 뻣뻣해진다’는 표현도, ‘신장이 안좋아진다’는 표현도, ‘가슴이 답답해진다’는 표현도 모두 다 실제 현상을 객관적으로 표현하는 것이 아니라, 은유에 속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한 가지 질문을 던질 수 있다. 의학의 경영자가 사람이며 그 소비자가 우리의 신체라면, 왜 우리는 소비자인 신체를 향해 그러한 은유를 시도했던 것일까? 신체가 어떤 ‘스토리텔링’을 했길래 우리는 그러한 은유를 펼쳐 나갔으며, 그 은유로 다시 몸을 설득시켜나갔던 것일까? 그 질문으로부터 다시 사회로 나아가, 의학의 경영자가 의사이며 소비자가 환자라면, 한의학의 은유를 가지고 우리는 어떤 스토리텔링을 할 수 있을까? 음양과 오행은 잘 쳐 줘야 유사과학에 불과할지 모르지만, 그 은유는 의외로 많은, 우리 몸의 기억들을 담고 있을지 모른다. 한의사는 그 기억을 어떻게 인출해야 하는 것일지, 참 여러가지 이야기가 머리를 휘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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